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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모임을 하던 날은 밖에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몸을 꽁꽁 싸매고 멘토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 향했다.
오마하의 겨울은 지금껏 눈이 많이 오는 날씨였는데, 기후 위기가 맞는지 올해는 아직껏 눈이 오는 날이 손에 꼽았다. 이제 1월이라 사실 겨울의 시작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날씨가 어떨지 계속 지켜봐야겠다.
이번에 우리가 고른 책은 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인 루시 폴리 (Lucy Foley)의 더 미드나잇 피스트 (The Midnight Feast)였다. 이 책은 작가가 최근 출간한 추리 소설책으로 (2024년 6월) 아마 가장 최신작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간략히 책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영국 바닷가 시골의 저택에 새로 숙박 시설을 열게 되면서 성대한 오픈 파티를 개최하게 되는데, 그 저택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된다. 숙박객부터 호텔에 일하는 직원들, 주인의 남편 등 모두가 저택 주인인 프란체스카와 숨겨진 인연이 있고, 소설은 각 인물들 간의 관계와 프란체스카를 둘러싼 과거를 조금씩 밝혀가게 된다.
사실 나는 영국 작가의 소설이나 추리 소설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이번 소설을 읽는게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책에서는 영국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난무했는데, 영국 영단어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멘토는 책을 읽으며 아차 싶었다고도 했다. 내가 영국에서 사용하는 영단어들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
그리고 많은 사람들처럼 도파민에 목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누가 어떤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알고 싶어 얼른 결론부에 도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인물 간의 관계를 쌓아가는 서사들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꼈다. 후반부에 도달해서 떡밥이 하나둘씩 회수되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떡밥 회수 이전에 많은 부분이 예측이 되었다. 그래서 책 뒷부분은 내 예측이 맞았다는 걸 확인해 가는 과정이 될 뿐이었다.
그래도 결말 부분에서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가 되는 몇가지 독특한 점들이 있어서 그 점들은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여러 사람이 모인 숙박 시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이 내가 좋아하는 티비 시리즈인 화이트 로투스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멘토는 추리 소설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를 안 봤다고 해서 당장 추천을 했다.
나는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같이 읽었는데, 오디오북에서 성우를 인물 수 대로 캐스팅을 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한 화자가 전부 나래이션을 하는 다른 오디오북들과는 달리, 각 인물들이 각자 맡은 인물의 연기를 하니까, 책을 읽을 때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왜 추리소설을 읽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죽음이라는 것에서 감정을 어느 정도 배제시킬 수 있으면서, 언제나 소설 후반부에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고 후련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추리소설의 경우 콜드 케이스 (장기 미제 사건) 을 다루는 소설들이 꽤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오래된 사건들도 언제나 해결이 되고 말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장기 미제 사건들은 해결을 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거나 혹은 잊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현실과 소설의 가장 큰 다른 점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 봤다.
이번 만남에서 나는 약간의 TMI를 남발하게 되었다. 멘토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내가 요즘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나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나의 멘토이기 때문에, 한 번 이야기가 시작되니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웠다. 뭔가 말할 때는 후련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ㅠㅠㅠ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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