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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미국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하는 일상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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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TJX 계열사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이제 몇 달이 지났다. 후기라고 하기엔 계속 일을 하고 있으니, 단상 정도로 지나가면 잊어버릴 것들을 붙잡아 생각나는 것들만이라도 간략하게 써두려고 한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할때 몇 가지 생각한 것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 로스쿨 입시 과몰입에서 빠져나와 약간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뇌를 빼고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 역시나 마찬가지 이유+평소에 움직일 일이 없으니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
  • 남편과 차를 쉐어해야 하니 남편이 출근하지 않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근무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 파트타임 일정이 조정되어서 일하는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매장이 어느정도 개방감이 있어서 내가 이곳저곳 이동해도 눈치를 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친해질 여지를 둘 수 있게 여자 직원들이 많은 곳이면 좋겠다.
  • 젊은 직원들이 어느정도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연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조건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이 일을 구하게 되었고, 내 예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지금까지는 만족 중이다. 처음에 적응하느라 몇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매장 매니저들이 모두 친절하고, 내 의견을 잘 수용해 준다고 느낀다.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내가 처음 일 시작한 시점이 미국의 가장 큰 명절들이 몰려오는 시기라서, 리테일에서 제일 일이 많고 힘든 시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땡스기빙은 어찌어찌 잘 넘겼지만, 12월부터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이기 때문에 특히나 힘들었다. 원래 가게가 영업하는 시간보다 2-3시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매장을 열어 두는 걸로 본사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에 덩달아 나의 근무시간 및 퇴근시간도 늦춰지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면서 이 직업은 최저 시급을 받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사람이 모자라고, 그래서 적은 수의 인력이 빡세게 돌아야 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시즈널 직원 채용이 있었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을 뽑지는 않았고, 그들 덕분에 나의 일이 덜 힘들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근무 시간은 길어지고, 근무 강도가 날이 갈 수록 세진다고 느껴져서 힘이 드는 날도 많았다. 파트타임이 하루에 근무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6시간이라고 한다면, 많은 일 때문에 7시간이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집에 와서 하루 걷는 양을 체크해 보았을 때 거의 3만 보 정도 걸었던 날도 있었다. 매장 안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닌 탓이었다.

 

험난했던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니 근무 강도가 훨씬 수월해졌다. 12월에 일할 때 밤근무를 하는 날에는 자정까지도 가게에 남는 날들도 많았는데, 다시 근무 시간이 정상화가 되면서 훨씬 나아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 중 또 한 가지는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직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그래도 남자 직원들이 훨씬 적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다. 인종 또한 다양하다. 나의 짧은 근무이력으로 경험한 것만 보면 라티노 직원들이 인종 중에서는 제일 수가 많다고 느낀다. 이들은 영어/스페인어 바이링구얼이 많아 스페인어를 쓰는 손님들에게 응대하기가 편해 보인다.

 

또 놀란 것은 이 일을 하는 직원들 중에 영어를 굉장히 못하는 직원들도 많다는 것이다. 나도 항상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아예 아주 기본적인 영단어 몇 가지로만 소통하는 직원들이 꽤나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중년의 1세대 이민 여성 동료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언어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보고 이 공간에 필요한 인력으로 열심히 일 하고 있다는 것에 존경심도 들었다. 업무 특성상 어떤 포지션들은 많은 영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손님들은 직원들의 포지션에 관계없이 언제나 직원들에게 말을 걸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신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직원들의 나이대도 천차만별이다.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는 만 18세 이하의 미성년 학생들부터 연세가 80대이신 직원들까지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나이대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손님들의 다양성도 놀라운 일이다. 근무를 하면서 손님들이 쓰는 언어들을 듣게 되는데, 의외로 영어가 들리는 비중과 다른 언어가 들리는 비중이 비등하다.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중국어, 타갈로그어, 러시아어, 몽어, 베트남어, 독일어, 이 정도까지가 내가 어찌어찌 구분한 언어들이고 아예 내가 어느 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언어들을 쓰는 손님들도 많았다. 안타까운 건 아직까지 한국어를 하는 손님을 만나진 못했다는 것. ㅎㅎ

 

한국인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나의 2중 언어는 쓸모가 없긴 하지만, 외모는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아시아 손님들이 나를 발견하면 꼭 많은 도움을 요청한다. 손님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시안 인구가 적은 마을에 살다 보니 그럴 때 더더욱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오마하가 백인비중이 큰 도시로 알고 있지만, 역시나 미국이기에,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걸 새삼 매일 체험하는 중이다. 아직 일한 기간이 너무나 짧아 이 공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거시적으로 파악하기엔 어렵지만, 중간중간 일하다가 알게 되는 것들을 모아 기록으로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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