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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와의 여섯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Shelby Van Pelt의 "Remarkably Bright Creatures"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한국어로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이라는 번역판으로도 나와있다. 원제와 다르게 한국어판은 제목이 바뀌었다.
원제목인 Remarkably Bright Creatures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놀랍도록 똑똑한 생물들 이라는 뜻인데, 가장 큰 의미를 생각해 보면 책의 중요한 화자인 수족관에 사는 문어 마셀러스(Marcellus)를 말한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 내가 느낀 건, bright를 밝은, 명랑한 이라는 뜻으로 생각해 보면, 책의 또 다른 주인공들인 토바와 캐머런도 Remarkably Bright Creatures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멘토의 영향이 컸다. 이 책을 너무 좋아하는 멘토가, 본인은 이미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 기꺼이 이 책을 선정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워싱턴 소웰베이 라는 가상의 작은 마을에 사는 70대 여성 토바가 있다. 토바는 아쿠아리움에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살아간다. 그녀의 남편은 암으로,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마을 이웃들과 명랑하게 살아가고 있다.
토바는 청소를 하던 중 문어 마셀러스의 수족관 탈출을 목격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마셀러스와의 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쌓게 된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문어 마셀러스는 본인의 기대 수명인 4년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어린 시절 사고에서 간신히 구조되어 아쿠아리움으로 오게 된 마셀러스는 수족관에서 인간들을 관찰하며 많은 지식과 사유를 쌓는다.
오래전 싱글맘인 엄마가 이모에게 맡긴 아이인 캐머런은 어른이 된 후에도 엉망인 인생을 살고 있다. 인생이 너무 안풀리던 어느 날 엄마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아빠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어쩌면 자기를 버린 아빠가 누군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캐머런은 소웰베이로 향한다.
멘토의 말에 의하면 이 도서는 멘토의 남편이 일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선택도서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생활이 어렴풋이 나오는 소설이기도 하고, 잔잔하지만 따뜻한 줄거리이기에 학생들이 읽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처럼 급진적인 전개나 어떤 큰 사건에 대한 해결 등을 바라고 읽는다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은 사건 해결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생각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책으로 듬뿍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번 워싱턴으로 여행을 갔었던 경험들이 책의 묘사와 뒤섞여서, 소웰베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조금이나마 상상 속에서 구현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에는 마셀러스가 교묘히 다른 수조로 이동하며 미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싱싱한 해산물을 접하기 어려운 나의 처지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 그러나 나중에는 점차 마셀러스의 생각에 동화되면서 이제 문어를 먹을 때마다 마셀러스가 생각 날 것 같아 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해산물을 아예 먹지 못하는 멘토는 애초에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 보였다. ㅋㅋ
멘토는 70대 싱글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소설도 읽고 있는데, 이번 소설의 주인공인 토바와 비슷한 점이 많아 신기하다고 했다. 나의 경우엔, 만약 책을 읽기 전에 70대 할머니가 주인공이라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책에 대해서 편견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떠한 스포일러도 없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토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따뜻한 가족이란 뭘까, 그리고 그것은 혈연관계가 꼭 동반되어야만 가능한 것일까? 생사도 모르다가 뒤늦게 알게 된 혈육이, 몇 십년간 매주 몇 번씩 만나며 모든 대소사를 알고 있고 힘들 때 챙겨주는 이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뒤따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사실 최근 몇년 전부터 나는 소설 장르에 대해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멘토가 소설을 읽자고 제안한 게 아니라면 나는 아마도 자발적으로 소설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클럽에서 연달아 두 권의 소설을 읽고 다음 책은 멘토가 좋아하는 코미디언인 트레버 노아의 자서전을 읽기로 했다. 이번 책은 조금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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