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TJX 계열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약 3달 정도 되었다. 입시 준비를 할 때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가 가끔 공부하러 바깥에 나가는 게 다였는데, 이제 알바를 하면서 매주 어디론가 정해진 갈 곳이 있다는 게 나쁘지 않다.
내가 주로 맡은 일은 매장 정리이기 때문에 끊임 없이 매장을 돌아다닌다. 딱히 크고 무거운 물건은 많이 없지만, 작은 물건이라도 계속 정리를 하다 보니 어깨와 팔이 아플 때가 많다. 그렇지만 단순히 체력을 기른다고 생각하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도통 걸을 일이 없는데, 알바를 가는 날에는 저절로 만보 걷기가 가능하다.
또 다른 주요 업무는 피팅룸이다. 피팅룸은 매장 정리와는 상반되게 고정된 자리에 있으면서 계속 손님들과 마주친다. 매장 정리가 이동의 자유성이 있다면 피팅룸은 움직이지 않아 편하다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거나 하는 간단한 일에 제약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피팅룸 업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니저가 사람 성향에 맞게 적절하게 인원을 배치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쇼케이스 관리 라는 새로운 일도 맡게 되었다. 이 업무는 기존에 하던 것들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업무이다. 쇼케이스 안에 있는 물건들을 손님에게 직접 꺼내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판매하는 일이기 때문. 당연하게도 앞서 말한 업무들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따른다. 매장 보안 관리와 적극적인 손님 응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덜 책임을 지는 업무만 하고 싶은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시급은 그대로지만 매니저에게 나름의 신뢰와 인정을 받은 셈이 되었다.
매주 매장에 나가다 보니 동료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나와 친해진 매장 코디네이터로부터 Reach Card라는 것을 받았다. 그 카드는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 매장의 경우 Reach Card를 받아 Raffle을 돌려 선물을 준다. 이런 게 당첨이 되겠어? 하고 당첨에 신경 쓰기보다는 그저 친해진 동료에게 카드를 받았다는 것이 기뻤는데, 정말로 얼마 뒤 내 카드가 당첨이 되었다. 매니저가 상품으로 가게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주었다.
알바를 하다 보니 꽤나 많은 직원들이 새로 채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어느날부터 소리소문 없이 나오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일을 오래 한 것도 아닌데 이 알바는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알바생 중에선 꽤 오래 일한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내가 처음 이 알바를 했을 때가 생각나서 먼저 말도 붙이고 인사도 하곤 했다. 그러나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갑작스레 일을 그만둬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쉬운 맘이 들었다. 최근에도 일하며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도 결국에 어느 순간부터 나오지 않게 되었다. 농담으로 서로 그만두게 되면 미리 말해주자 했지만 결국 그럴 기회 없이 그냥 그만둬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은 즐겁다. 매일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 업무를 하는데, 그 중에서 친한 동료들이 있으면 그날 일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즐겁게 느껴진다. 매장에 들어서면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와 인사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이 알바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 붙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덜어낸다. 손님들이 무작위적으로 물어보는 말들에 이것저것 대답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 뭔가 내가 손님의 입장이 아니고, 대답을 해야 하는 직원의 입장이 되다 보니 고객 응대 관련한 영어 말하기 실력이 늘고 있다. 손님들 외에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오랜 시간 붙어 있으면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다. 일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서로의 가족이나 사는 곳, 일상 이야기 등 아는 게 많아질수록 할 말이 많아진다. 그렇다 보니 가끔 엉터리 영어로 말하는 나를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는 동료들에 고마움을 느낀다. 로스쿨에 가기 전에 이 알바를 통해 나보다 어린 대학생들과 친해지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나의 목적은 잘 이루어 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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