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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멘토와의 만남도 세 번째 시간이다. 우리는 이번 만남까지 Wild라는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 도서 목록 중에서 골랐다.
우리가 멘토링에서 북클럽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지 여부다.
Wild 라는 책을 고르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다.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은 대부분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항상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여러 도서의 이름이 오갔지만, 모두 대출 중이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Wild라는 책을 빌렸고, 다행히 책이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번 주의 모임이 기대가 됐다.
책의 저자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20대의 많은 이들이 겪는 고통의 모습을 책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생애 처음으로 겪는 마음이 찢어지는 큰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그녀는 미친듯이 방황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본인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무모한 도전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acific Crest National Scenic Trail) 트레킹을 시작한다.
하이킹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쌩 초보가 갑자기 PCT 라는 고인물들이 하는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으니, 길 위에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일들은 불 보듯 뻔한 일들이었다. 트레킹을 위한 제대로 된 준비물도 갖추지 못하고 쓸데없는 물건들로 가득 찬 무거운 가방을 멘 채 그녀는 여행을 시작한다. 제대로 된 신발도 준비하지 못해 발톱은 길 위에서 하나 둘 빠져간다.
트레킹 초반, 그녀는 걸으면서 그녀의 고통 보다는 길 위에서의 사건들에 더욱 집중한다. 일상에서는 잘 겪지 못하는 육체적 고통들은 그녀의 아픔을 조금씩 잊게 해 준다. 미지의 길 위에서 마음의 고통 보다 다른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감각은 되살아나고 제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는 조금씩 강해진다. 그리고 그 기간이 점차 길어지니 어느새 하루하루 잘 살아나가는 것이 그녀를 힘들게 한 고통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어느정도 길 위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다시 그녀는 엄마의 죽음과, 가족들의 흩어짐, 이혼, 레이디의 죽음 등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변했다. 길 위에서의 시간들이 그녀를 변하게 했다. 슬픔을 받아들일 힘이 생겼고, 아프지만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그녀는 PCT를 전부 걷지는 않는다. 그녀의 여정은 오레곤과 워싱턴의 경계인 the Bridge of the Gods에서 마치게 된다. 여정을 마쳤을 때 그녀에겐 돈 한 푼 남지 않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뤘다. 꽤나 멋진 20대의 모험이었다.
책을 다 읽고 그녀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https://wild.pcta.org/2014/10/22/wild-cheryl-strayed-interview-pcta/
같은 제목으로 나온 영화도 봤다. 리즈 위더스푼은 이 책을 읽고 너무 감명받아 본인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그녀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책의 내용을 전부 영상으로 담기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같이 본 남편은 충분히 영화의 메시지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멘토와 나는 책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다. 내가 살아온 나의 20대의 이야기와 멘토의 20대의 무모한 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멘토는 20대에 남편과 함께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러시아로 떠난 이야기를 해줬다. 러시아어는 물론이고 문화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만남이 끝나고 멘토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가족들과 만났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 아빠와 함께 멘토를 마중 나온 그녀의 딸도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남편과 함께 갔었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서로의 가족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새해에도 즐거운 만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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