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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내가 다녔던 커뮤니티 컬리지의 교수님에게 연락이 온 것을 알게 되었다. 패러리걸 인턴십에 대한 주제로 대담을 하는데 졸업생 패널 자격으로 같은 과 학생들에게 조언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9월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괜히 참석한다고 했다가 취소를 하게 될지도 몰라서 거절을 할까 하다가, 교수님이 내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잘해 주셨는지 알기 때문에 승낙을 했다. 시간은 흘러서 원래 이맘때쯤 미국에 오기로 했던 동생이 미국 대신 다른 나라로 가게되면서 다행히 패널 참석에 지장이 없게 되었다.
인펄슨과 줌 둘 중에 한 방법으로 참가해도 된다고 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줌미팅을 안좋아하기때문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간 거라 반가운 마음이 컸다.
분명 캐주얼한 미팅이라고 했는데 교실이 거의 꽉 차 있었다. 중앙쯤에 어정쩡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교수님이 내가 온 걸 눈치채고 얼른 앞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나 말고도 두 명의 패널이 더 있었는데, 한 명은 나처럼 직접 참석을 했고, 한 명은 줌으로 참석을 했다.
준비할 새도 없이 강좌가 시작이 되었고 질문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ㅋㅋ 요즘에 사람도 안만나고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말도 할 일이 없이 살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해야 한다니 진땀이 났다. 입도 안 풀리고, 커피는 가는 길에 이미 거의 다 마셔서 목을 축일수도 없었다.
나를 포함한 패널 셋은 각기 다른 로펌에서 일을 했는데, 대규모 로펌, 소규모 로펌, 그리고 논프로핏 로펌 이렇게 세 명이었다. 교수님이 학생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질문지가 레터용지로 3장 빼곡했다. 그걸 일일이 다 대답해야 했다는 걸 가서야 알았다. ㅎㅎㅎ
당황한 건 둘째치고 패널들과 함께 세션을 이끌어 나가야 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수준에서 나의 부족한 영어로 열심히 대답을 했다. 한 질문에 대해 다른 패널들과 함께 중요한 포인트들에 대해 서로가 얘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해서 여기에 온 학생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학교에 오기 귀찮아서 줌미팅으로 참여를 할까도 생각했었는데, 나는 컴퓨터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람을 보고 얘기하는 게훨씬 긴장도가 낮아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줄에 앉아있던 학생들과 계속 아이컨택을 하면서 스스로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줌으로 참석했다면 너무 떨려서 말을 더 못 했을 것 같다.
가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계속 버벅대기도 했는데 이제 이런 것에는 철판 깔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이 생겨서 다행이었다. 성인 이민자의 숙명이려니 하고 쪽팔려하지 않고 넘어가는 수밖에. 그리고 나와 대화하는 미국인들도 그런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받아주는 태도도 있기 때문에 자괴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한 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빨리 지나갔다. 한 가지 후회됐던 점이 내가 학생 때 이런 자리가 많았는데 한 번도 참석을 안 했다는 점이다. 가서 앉아만 있었어도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참석을 하지 못했다는 게 내심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졸업 후에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청받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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