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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전자책 읽기] 매들린 밀러 "키르케"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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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르케에 대한 책

 

전자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책의 두께를 모르고 시작하기에

나중에 이 책이 500페이지가 넘는다는 걸 알고

그래서 읽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구나 생각했다.

 

신들의 딸이지만 무능력한 님프 취급을 받던 키르케가

차츰차츰 성장해 나가는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모험이야기라고 하면 되려나.

 

매일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 그리스 신화를 읽으려니 처음 몇 장은

도무지 내가 사는 이 세상이랑 동떨어진 이야기를 읽어나가기 쉽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알아 나가야 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었던 건 초반 키르케에 대한 묘사가

도무지 주인공이라고 보이지 않을 만큼 초라하고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항상 변두리에서 주변인으로 남을 것 같은 존재가,

어떤 일을 벌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을 벌이면 다 망쳐버리는 존재가,

대체 언제부터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동생들에게도 치이고 멸시받는 키르케는

그저 주변에서 누구나 만만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귀양까지 가게 되는데, 오히려 그런 사회와 동 떨어지게 된 환경이

그녀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 성장이라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더디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책의 두께가 말해주듯 그녀가 지지부진한 삶을 견뎌가는 걸 읽다 보면

이런 삶이 대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한 장 한장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랑비 옷 젖는 줄 모르듯

어느새 너무나도 멋지고 현명한 여신이 되어있는 키르케가 내 앞에 있었다.

 

이 책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각색한 부분은 그다지 없는 듯 보인다.

그저 신화에서 서술되지 않은 부분의 구멍을 메우듯 키르케와 그 주변인의 이야기로 채워갈 뿐이다.

또한 판타지 소설답게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상상하듯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것저것 찾다가 작가의 웹사이트에서 HBO Max에서 Circe의 드라마가 8부작으로 제작될 거라는 소식을 봤다.

그런데 그게 워낙 예전일이라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강 레딧을 뒤져보니

코로나 그리고 헐리우드쪽 파업 여파로 인해서 진행이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과연 이 기획이 다시금 제작에 돌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해진 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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