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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전자책 읽기] 시그리드 누네즈 "어떻게 지내요"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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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3년에 읽은 마지막 책이 된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

전자책이라서 실물책의 두께로는 감이 잘 안 오지만, 자기 전 잠시 짬을 내 읽은 책치곤

굉장히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아마도 실물책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텐데.

책은 가볍지만 그 품고 있는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이 책은 인류와 삶, 개인의 죽음에 대해 쓰고 있다.

 

소설인 줄도 모르고 읽었던 터라 처음에는 에세이가 아닐까 했다.

너무 사실적인 묘사들이 담겨 있었고, (그러기에 그녀가 최고의 작가들 중 하나겠지만)

정말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일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정말 현대적인 커리어 우먼이었던 친구

인류의 번성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전 남자친구

그리고 그들의 얘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

 

종종 갑자기 나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그들과 나눴던 대화들.

 

부모의 죽음이 임박해 왔지만 그간 살아온 세월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딸에 대한 이야기나

엉겁결에 튀어나오게 된 친구의 죽음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 주기 위해 주차장까지 따라 나온 트레이너 이야기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챙겨주었지만 아무 영양가가 없었다는 것 등

주변 사람들의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신선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아주 암울하게 생각하여 자손 번성에 대해 회의를 가졌지만,

정작 그런 사람이 손자까지 있다는 것은,

인간 개인 가정사와 인류 전체의 미래 사이의 간격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아서

제일 인상 깊게 남은 장면 중 하나이다.

 

또 그런 와중에 딸과 아주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의 이야기는 너무 현실적이면서도

"자녀가 있는 게 좋다"라고 밑도 끝도 없이 우기는 사람들의 이상과 현실간극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근래 어디에선가 들은 말 중

요즘의 기성세대가 겪어온 20, 30대와 지금의 20, 30대가 처한 상황이 달라

그들이 조언을 해준다 한들 모든 사회적 상황이 맞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미국에서 종종 느끼는 것 중 하나인

지금 미국에서 50대 정도의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적인 부분이,

우리 부모가 내 나이에 살아온 상황보다, 내 나이 또래의 한국인들이 살아온 것과

어떤 점에서는 그 결이 비슷하다는 것.

 

국가의 발전 속도와 비례해서 개인이 느끼는 사회에 대한 본인의 위치

(경제적인 것 말고 연령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에 국한하여)

부모를 모셔야 한다던가 혹은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지 등 관습적 물음들에 대하여

체감상 두 나라 사이에 30년 정도 갭이 있어 나는 사실 이곳에서 만난 40-50대 사람들에게

부모님이 해줄 수 없는 굉장히 실용적인 조언들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살면서 느끼는 그런 생각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기에

중년 이후의 죽어가는 삶에 대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다른 책을 읽어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읽을지 안 읽을지에 대해 정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당장 다음에 읽을지, 혹은 나중에 시간을 두고 읽을지 그 시기를 고민하는 것에 가까운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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