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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immy Conover on Unsplash
우리는 이 아파트에 5년 정도 살았다. 한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니까
누가 이사를 가고, 누가 새로 들어왔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아파트는 대개 1년 단위로 리스를 주기 때문에
어떤 이는 1년만 살고 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줄곧 한 아파트에 오래 살기도 한다.
우리 라인 사람들은 좀처럼 이사를 잘 가지 않았다.
우리가 이사 오기도 전부터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우리 뒤에 이사 온 가족도 그때부터 정착해서 쭉 살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쿵쿵 소리가 나길래
어떤 집이 집수리를 하는가 보다 했다.
지난번에도 어떤 집이 세탁기 교체를 하는 걸 보았기에
뭐 그런 비슷한 수리를 하는가 보다 싶었다.
오후가 돼서 잠시 산책을 나갔는데
아파트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고 열려있기도 했고,
계단에 뭔가 긁힌 흔적이 있어서
그제야 이게 단순하게 뭘 고친 게 아닌 거 같다 싶었다.
밖에 나가보니 오래된 이웃집 중 한 집이 이사 나간 거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 집은 약간 나이가 든 중년 부부가 사는 집이었다.
부부의 자녀가 자주 손녀를 맡겨서 손녀딸도 종종 만났었다.
그 아이가 나와 우리 강아지를 좋아해서 만나면 꼭 허그하는 게 그 아이와 나의 인사였다.
아저씨도 우리 강아지를 좋아하셔서 강아지 산책할 때 만나면
우리 강아지를 너무 예뻐해 주셨다.
엊그제도 마주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었는데
이렇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가버리다니.
그제야 아까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들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쿵쿵 소리가 났기도 했고, 내가 안방에 있었기에
우리집 문 두드리는 소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초인종이 따로 없다.)
어쩌면 마지막 인사 하러 온 이웃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드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남편은 뭐 엄청 친했던 사람도 아닌데 그깟게 아쉽냐 한다.
마음이 괜스레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도 저렇게 언젠가 이곳을 떠날 날 오겠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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