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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미국일상 블로그마스 9일: 크리스마스 장식, 자아성찰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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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크리스마스가 2주 조금 안남았는데 아직도 집에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았다. 팬트리 구석에 있던 장식품들을 부랴부랴 꺼내본다. 사실 우리집엔 별다른 장식품도 없다. 이케아 미니트리에 작은 전구를 매단게 전부이다. 그래도 친구들이 주섬주섬 크리스마스 양말이랑 장식품, 어드밴트 캘린더 등을 갖다줘서 그나마 구색을 갖췄지만 어디 보여주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은 정말 11월 끝날 즈음이면 집집마다 창가에 트리를 해 놓기 때문에 어딜 가나 트리를 구경할 수 있다. 가짜 트리도 있고, 널서리에 가면 진짜 나무 트리도 판다. 사실 올해 6피트짜리 트리를 싸게 팔길래 사볼까 했었다. 다만 올해 또 그 잠시를 위해서 트리를 사기엔 우리집 형편 때문에 고민만 며칠 하다가 말았다.

 

가장 큰 건 아무래도 내년쯤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지금도 약 4년 반 동안 늘려놓은 짐이 한가득인데, 여기서 더 짐을 늘릴 순 없다. 어차피 대부분 처분하고 갈건데, 트리는 처분도 잘 안되고 그냥 골칫거리가 될게 분명하다. 또 다른 이유는 트리 구입이 단지 거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마냥 트리를 사면 트리 받침, 트리 깔개, 오너먼트, 전구 등 살게 한무더기가 늘어난다. 그래서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사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내년을 생각하며 참아보기로.


한국에 있는 동생이 아이폰 14를 샀다. 원래 쓰던 폰이 고장나서 그 김에 최신 폰으로 갈아 탔다. 난 아직도 미국 와서 처음 개통했던 아이폰 10을 쓴다. 내 주변에 나처럼 10을 쓰던 친구들도 이제 다 새 폰으로 바꿨다. 내가 폰으로 사업이나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장도 안난 폰을 바꿀 이유가 딱히 없다. 그래도 주변에서 다들 새 폰으로 바꾸니까 부럽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다 문득 새삼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살 때는 주변에 영향을 엄청 받는 타입이었다. 누가 뭘 했다더라, 뭘 샀다더라 하면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에 뒤쳐지는게 스스로 싫다기보다는, 어렸을 때 부터 내가 뭘 안갖고 있으면 주변에서 그걸로 타박을 받았던 경험이 많았다.

 

특히 나는 중, 고등학교때인 2000년대 초반부터 주위의 사람들에게 시달렸던 경험이 많다. 예를 들면 나의 학창시절은 아이폰 훨씬 이전에 아이팟 클래식 세대이다. 내 기억에선 아마 2세대부터 애들이 갖고다녔고, 3세대부터 더 많이 가지고 다녔다. 아이팟은 그 당시에 굉장히 고가였고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주변에 그걸 가진 애들이 꽤나 많았다. 물론 나는 당시에 아이팟이 없었다. 그게 없다고 어찌나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지. 그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고, 10대 시절의 나는 물질적인 것으로 인하여 자존감이 낮아질대로 낮아졌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한국에서의 나는 유행하는 것에 대한 민감함이 어느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문득 동생들이랑 휴대폰 얘기를 하니까 미국에 와서 잊고 지내던 그 감정들이 불쑥 튀어올라 스스로에게 놀랬을 정도니까.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도달한 결론은, 요즘의 내가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또 다시 감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동적이었던 나에서 능동적인 나로, 디펜던트했던 나에서 인디펜던트한 나로의 발전은 그 무엇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값진 보물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 나의 삶은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남들의 의견에 내 의견이 사라지는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났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산다. 그러다보니 과거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고, 그 효과로 인해 지금 현재 내가 비록 조금 부족할지라도 그것에 대해서 우울해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의 책인 ‘난문쾌답’에 나온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에 관한 글귀가 생각난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건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미국에 와서 좋은 점이 있다면 저 세 방법 중 두 가지를 이뤄 나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의 이민 생활은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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