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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미국 박사과정 남편과 공부하는 아내: 5년차 시작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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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9월에 접어들어 모든 미국 대학교들이 개강을 해서 그런가 미국 박사과정 등으로 검색해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남편은 문과 박사이며 이번 학기부터 5학년이 시작되었다. 박사 과정의 매 학기가 중요하겠지만, 특히나 5년차의 시작은 박사 과정을 끝맺는 시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남편이 박사과정에 있고 같이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아내분들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나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들을 덤덤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고로, 글의 목적은 나의 답답한 마음 정리와 나중에 이때를 기억하기 위한 아카이브 용으로 남겨두는 용도이다.


1. 작은 도시에 사는 것이 답답하다.

 

내가 사는 도시가 캠퍼스 타운도 아니고, 심지어 이 주에서 가장 큰 도시에 살고있지만, 드디어 이 도시가 나를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든다.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을 살다가 작은 도시로 오고 나니 북미 대륙에서 살고 있지만 오히려 답답함을 느낀다. 다른 도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첫 한 두 해는 정착을 위해서 도시 이곳 저곳 돌아다니느라 별로 심심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어진 다음 두 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강제로 갇혀있었기 때문에 절망 반/집순이모드 반 이렇게 견뎌냈다. 그렇게 4년이 넘어가다 보니까 이젠 갈 곳이 너무나도 정해져 있으며, 도시의 모든 곳이 너무나 익숙하다. 이 점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복잡하고 인구밀도 높은 곳에 사는 스트레스도 대단했지만, 사람이 너무 없는 곳도 나에게 큰 답답함을 안겨준다는 것을 느꼈다. 이 도시에서는 내가 가는 곳이 손에 꼽는다. 새로운 가게를 찾아가고 싶어도 새로운 가게가 없다. 매일 가는 곳, 비슷한 풍경들, 익숙하지만 그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 도시에 점차 질려가고 있다.


2. 경제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부부가 둘 다 공부를 하고 있고, 수입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 학업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미국 생활이 원래 자잘하게 돈 들어가는 일이 많은 것은 알지만, 수입 또한 한정적이니 그로 인해서 위기감이 든다. 특히 9월이 되면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평소보다 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들이 많다. (학교에 돈 들어갈 일이 많다.) 박사 과정에서 스타이펜드는 1인을 위한 비용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부 혹은 자녀가 함께 이 돈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이 매우 단조로와지고, 작은 비용에도 손이 떨리는 때도 있다. 말 그대로 돈이 없으니 여유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얼른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데, 또 그 길 또한 매우 어렵고 힘드니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3.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부재하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올 해 초부터 학교를 휴학했다. 이전에도 다 온라인 수업이었기 때문에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그래도 그 때는 줌 수업도 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느라 사람들과 화상으로나마 얼굴 볼 일이 주기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학교를 휴학하니 그마저도 사라졌다.

 

코로나 이후로는 교회도 꾸준히 다니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지금은 지역에 있는 어느 커뮤니티에도 속하지 못했다. 또한 이제 남편이 1년 후면 졸업을 할텐데 이제와서 어디 얼굴 비추면서 돌아다니기도 애매한 시기라고 스스로 생각해 버려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시작한 공부가 있어서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로움도 커지고 일도 더 안될 때가 많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기에는 새로운 이야깃 거리도 많지 않아서 중언부언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것이 집에 돌아오면 또 후회로 남을 때도 있다.


4. 영어로 공부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영어시험을 치뤘고, 미국에 건너와서도 당연히 영어로 공부를 한다. 그래도 나는 원어민이 될 수 없고, 내 영어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실력이 느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때때로는 푸념섞인 말로 "왜 난 미국인이 아닌걸까?" 혹은 "왜 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걸까?" 혹은 "내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투정을 부린다.

 

1.5세에 미국 박사인 우리 남편도 아직도 영어가 어렵다고 한다. 고급 과정으로 갈 수록 영어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물며 원어민이 해도 어려운 공부를 외국인이 하니까 어려운게 당연하지?" 하고 그냥 스스로 위로하는 게 전부이다. 내가 선택한 공부이고, 미국에 사는 한 다른 선택지는 없다.

 

다만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그 시간들을 차근차근 지나가면 전체적인 구멍은 못 메울지라도 군데군데 난 구멍 정도는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다. 침체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공부 파도를 잘 타는 요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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