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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쓸쓸한 미국생활 - 친구가 (또) 떠나갔다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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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마하에도 이제 슬슬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낮에는 100도를 넘길 때도 가끔 있지만, 새벽과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이제 60도 정도이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샵에는 펌킨 음료가 다시 돌아왔고, 어느 가게를 가나 호박과 할로윈 장식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어떤 북미에 사시는 한국인분의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해외 생활중 안좋은 점을 설명한 영상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친한 사람들과의 이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그동안 이 마을에서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상황이 여러차례 있었다. 특히나 오늘 이사 가는 친구와의 거의 마지막이 될 만남은 너무 슬펐다.


미국에 와서 의외로 미국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나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성격도 못되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이사를 가는 친구 H는 그렇기에 나한테 더 없이 좋은 친구였다.

 

미국에서는 나이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에 나는 H의 나이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알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지낸지 얼마 안되서 H가 먼저 나에게 "너 xx년도에 태어났지? 나도 그래." 라고 말해주어서 나이를 알게됐다. 그렇게 흔치 않게 동갑내기 친구가 생겼던 것이다.

 

그녀도 나도 네브라스카 출신이 아니기때문에 이 도시에서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 네브라스카 사람들은 대개 가족들, 혹은 어렸을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위주로 인간관계가 어른이 되어서도 쭈욱 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좀처럼 외지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뭐 아예 인종이 다른 외국인이니까 그렇다쳐도, 그들과 같은 인종의 미국인인 H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성격도 못되서 그 점이 친구들에게 좀 미안하다. 그런데 H는 항상 나에게 먼저 연락해주고 안부를 물어 주는 친구였다. 물론 그녀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라 우리 친구 무리에서 H의 특이한 성격에 대해 말이 나올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 정이 많고 다정한 사람이다.


말이 나온김에 간략하게 내 친구들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H를 비롯해 같이 알고 지내는 친구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몇몇 친구들은 미국인이 아니라 일찌감치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고, 오마하에 남아있던 친구들 중에서 나와 가장 친했던 M은 다른 주에 직장을 잡게 되어 이사를 갔다. 남은건 D와 S네 커플, H 뿐이었는데, 이제 H마저 집에 사정이 생겨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H는 오늘 마지막으로 오마하에 사는 친한 친구들을 모두 한 번씩 만나기 위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나와는 오후에 만나 같이 S의 집에 들렀다. S네 커플은 얼마전 아기를 출산했는데, 아기가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나는 가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H가 떠난다는 소식에 S가 선뜻 본인 집으로 우리를 불러서 다 같이 만나게 된 것이다.

 

S의 집에서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과 모여앉아 있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다들 몇 달 만에 만난거였기 때문에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S의 아내인 N도 출산 때문에 이번년도 전반부에 너무 고생을 많이했었고, H의 경우에도 올해 초 악재가 계속 겹쳤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 같이 울고, 눈물 닦고, 허그하고를 반복했다.


H는 지금 언니가 많이 아프고, 아무도 언니를 케어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H는 원래 그녀의 고향인 우리 바로 옆 주로 이사를 가지만, H가 사는 마을은 그 주의 가장 끝부분에 있기 때문에 차로 가도 7시간을 내리 달려야 한다. 그리고 가서도 새로운 집에서 언니를 간호하며 새로운 직업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매우 바쁠 것이다.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와 살 정말 괜찮은 집을 찾았다고 우리들에게 언제든 놀러오라고 말하는 H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 H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시 오마하로 돌아올 수 없을 확률이 크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학업을 마치면 오마하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언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S의 집을 나서서도 한동안 이야기를 계속 했다. 언제 또 볼지 몰라서 우리는 H의 폰으로 사진도 찍었다. 그녀가 아이오와로 돌아가서도 때로 사진을 보면서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녀의 강아지에게 인사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헤어짐은 대체로 섭섭하고 슬프지만, 오늘의 헤어짐은 그래도 H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온 맘으로 위로하고 응원해주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 H와 H의 언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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