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산 지도 이제 2년을 지나 3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우린 집을 완전히 구하고 온게 아니어서 며칠은 에어비앤비에서, 며칠은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집을 보러다니고 계약을 했다.
처음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우리는 학교 주변의 아파트들을 검색해보고 홈페이지로 정보를 최대한 얻었다. 요즘은 거의 온라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만 명확하다면 아파트 렌트를 구하는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구글맵에 위치를 지정하고 apartments 라고 치면 많은 아파트들이 나올 것이다. 하나하나 홈페이지를 들어가봐도 되고, 아니면 부동산 매물을 올려놓는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봐도 된다.
오늘은 우리가 처음 아파트를 구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사를 통해 깨닳았던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미국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동네마다 많은 것들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했구나.' 하고 제 글은 참고 정도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생각보다 렌트가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있다.
나는 막연하게 당연히 아파트를 고르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곳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까 여러가지 형태의 렌트가 가능한 주거 시설들이 있었다.
가족이 많으면 하우스를 통으로 렌트할 수도 있고, 혼자 오는건데 돈도 많이 아끼고 싶다면 집에서 하숙으로 방 한칸을 내어주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차가 없다면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2인이고, 신혼부부였기 때문에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를 주로 둘러보았다. 우리동네의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는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각 아파트를 소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한 단지를 한 회사가 운영하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도 다 직접 해주고, 공동 시설도 사용할 수 있고 여러가지 장점이 많다.
아파트는 한국이랑 같은 개념이었고, 타운하우스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2층집이나 1층집을 단지로 지어서 한 회사가 단지를 운영하는 식이었다. 아파트보다 조금 더 넓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으면서도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식구가 많아지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옵션같다. 우리도 2층+지하 로 구성된 타운하우스도 눈길이 갔지만, 내가 보러갔던 곳이 구조가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도 아파트가 조금 더 저렴했기 때문에 아파트로 생각을 바꿨다.
그래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구한 첫 집은 방 2개짜리 아파트였다.
2. 렌트비에 대해서
일단 아파트를 알아볼 때 자신이 책정해둔 렌트비가 있을텐데, 이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파트마다 렌트비의 개념(?) 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마다 쓰레기 처리비용이나 케이블티비, 반려동물비용, 가라지 피 등 여러 가지 추가로 가입해야 하는 비용을 포함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제외시킬수도 있는데, 이는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기는 조금 어려웠다. 직접 아파트 투어를 방문했을 때 비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므로 가서 확실히 물어봐야한다. 만약 다른 항목들에 대해서 렌트비에 추가가 안된경우에는 그 비용이 매 월 다르게 나올텐데 대략 평균적으로 얼마정도 더 내야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돈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청구되었을때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아파트 부대비용 외에도 물세랑 전기세는 따로 자기가 사용한 만큼 내야한다. 그래서 총 한 달에 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히 생각해보려면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3. 포기할 수 없는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기
집을 구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미국은 아파트의 구조가 정형화되어있지 않고, 옵션(?)도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준을 정해두고 집을 보러 다닌다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다.
나의 기준은 일단 세탁기와 건조기가 공용이 아닌 집에 내장되어 있는 아파트를 원했다. 미국 아파트는 많은 곳이 세탁실을 공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예전 미국 기숙사 생활을 할 때 항상 다른 건물에 있던 세탁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던 나는 빨래는 무조건 집 안에서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이불같은것도 자주 빨기 때문에 공동 세탁실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할 경우에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예산보다 조금 더 비쌌던 아파트들은 아예 본인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들일 수 있게 세탁공간이 만들어져 있는 곳도 많았다. 실제로 친한 친구가 그런 아파트에 살아서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삼성에서 나온 최신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들여놔서 세탁실에서 빛이 났다. ㅋㅋ 나는 우리 부부가 아직 정착한 것도 아니고 세탁기랑 건조기까지 짐이 되는게 부담되어 세탁실만 있고 빌트인이 아닌 곳은 패스했다.
또 다른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은 집의 구조가 안정적인 곳을 원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봤던 미국의 아파트들은 정말 독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았다. 방이 5각형이라던가, 세모낳다던가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간 배치도 엄청 특이한 구조가 많았다. 우리가 처음 살던 아파트도 화장실이 3칸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화장실 문만 4개였다. (말로만 얘기하려니 복잡한데 정말 생긴 것도 복잡했다.)
어떤 집은 진짜 공간 배치가 이게 집인지 임시로 뭘 해둔 곳인지 나를 뒤숭숭하게 만든 곳도 더러 있었다. 옷장이 방보다 큰 곳도 있었고, 코딱지만한 공간을 서재라면서 나눠놔서 거실이 반토막 난 곳도 있었다. 집도 좁은데 쓰레기 놓는 장? 공간? 이 따로 나있는 곳도 있었고, 부엌이 거실 가운데에 복도식으로 나있는 곳도 있었다.
그런 집들을 보고 나니까 내가 생각하는 집이라는 개념은 뭔가 좀 정형화되어있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집에서 1년을 산 후에 알아본 집은 구조가 심플하고 안정감을 주는 곳으로 정했다. (이 집도 한국 집이랑 비교하면 가끔 가구 배치가 애매할 때가 있긴 한게 함정)
4. 남향집에 대한 생각
미국 아파트들을 보면 큰 창의 방향이 조금 제각각이다. 남향을 선호하는 우리나라랑 다르게 나의 체감 상 미국 사람들은 창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그런가 나름 생각해보았더니, 일단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하우스는 사방으로 창이 나있기 때문에 어느 한 방향으로만 해가 들어오는 창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나 남향이 꼭 좋은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다 각자 사는 방식에 따라서 선호하는 창의 방향을 고르면 될 것 같다.
내가 사는 네브라스카는 우리나라랑 계절도 비슷하고 기후도 비슷해서 남향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처음 뭣모르고 1주일만에 계약한 집은 완전한 북향이었다. 하반기의 시작인 여름에 집을 얻었고, 점차 겨울이 갈수록 짧아지는 해를 북향집은 너무나도 담질 못했다. 한겨울에는 아침 8시가 되도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을 볼 수 있었고, 오후 5시가 채 되기 전에 해가 져버렸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항상 불을 켜두고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집은 천장에 불이 없는 집들이 많았고, 우리집도 그랬다. 또 전구들은 백열등보다는 노란조명이 대중화된 탓에 나는 그 집에서 항상 어두침침하고 누리끼리한 불빛 아래서 생활해야만 했다.
그래서 1년 후 이사를 결심했을 때 꼭 남향집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집은 서향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설명을 하자면, 내가 이사를 온 아파트 단지에 남향으로 된 단지의 수가 일단 적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갈 때 쯤에 남향집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그곳을 더욱 간절히 원했다면 더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세 네 번의 매물을 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고나서 조금 지쳤던 것 같다. 그리고 네브라스카의 겨울을 생각한다면 해가 늦게까지 길게 들어오는 서향집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동향집 매물도 꽤 나왔었는데 다 거절했다. 그 이유는 우리 부부의 생활패턴 때문이다. 밤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남편이 동향집에서 머문다면 아침에 드디어 일을 끝내고 자려고 할 때쯤 커튼 사이로 뿜어져나오는 아침해 때문에 잠을 방해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나의 사례를 장황하게 써둔 이유는 각자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집을 정하는게 여러가지 후회를 안남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다.
5. 층수에 관하여
아파트를 고를 때 층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지역의 아파트는 거의 연식이 20년은 족히 넘은 아파트들이 많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진즉에 재건축으로 밀리고도 남았을 판인데 이곳은 계속되는 유지보수로 아직도 정정한 아파트들이 많다. 물론 동네에 신축 아파트도 몇몇 있긴 하지만 좋은만큼 비싸지는 예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의 최대단점이 무얼까? 나는 단언코 엘레베이터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 살때 아파트와 엘레베이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줄 알았는데 내가 사는 곳의 아파트들은 거의 대부분 3-4층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엘레베이터가 없다.
사실 3층밖에 안되는 건물이기 때문에 3층도 고층아파트에서는 저층에 속하니 뷰는 그렇게 많은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역시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서 층을 고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아이가 있거나 짐이 많거나 한다면 1층에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나무건물이기 때문에 오래된 집은 그냥 윗층에서 걸어만 다녀도 모든 소리가 다 난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있다면 아기도 편하고 층간소음 걱정도 안되는 1층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짐이 많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지병이 있다면 1층이 좋을 것 같다. 미국은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나라인 만큼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가구를 새로 들이거나 빼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일은 내 스스로 직접 해야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짐이 많을 경우에 1층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신 어떤 1층집은 반지하 스타일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 점이 싫다면 지상층으로 되어있는 1층으로 골라야한다.
그리고 미국에는 앞마당에 잔디를 많이 깔아두기 때문에 어쩌면 벌레가 조금 더 잘 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밤에 깨어있는 일이 많기도 하고, 비록 3층이지만 높은 곳을 보고싶어서 꼭대기 층인 3층에 살고있다. 이사오기 전에도 꼭대기층인 3층에 살았는데 그 전 집보다 지금 집에 더욱 만족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집은 꼭대기 층에 맞게 층고도 높고, 굴뚝도 있다. 딱히 겨울에 불을 자주 피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다.
6.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그냥 미국 아파트에 살면서 소소하게 겪은 이야기이다.
나는 대도시에 살지도 않고, 굉장히 한적한 주택가에만 살기 때문에 서울에서 살던 때 처럼 밤에도 차가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의 고성이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 날도 여느 날처럼 맑은 공기와 새와 벌레소리에 집중하며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곳이 미국이구나 느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집에 쥐가 나온 일이다. 그당시에도 꼭대기 3층집에 살고 있었는데 부엌에 무언가가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얼핏 보였다. 처음에는 큰 바퀴벌레인가 했지만 쥐였다.
처음엔 패닉이 와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유튜브를 마구 찾아보니 밖으로 쥐를 유인해서 빼내는 영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는 캐리어랑 박스를 죄다 꺼내서 부엌에서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고, 너무너무 무서워하면서도 쥐를 유인해서 나가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쥐는 순식간에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다.
바퀴벌레같은것도 그자리에서 보이는 것 보다 보이다가 사라지는게 더 무섭듯이 쥐도 그랬다. 우리는 부엌으로 통하는 길을 캐리어랑 천으로 막아서 쥐가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았다.
우리는 메인터넌스에 연락해서 쥐를 잡아달라고 했지만, 정말 슬프게도 도움이 안됐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쥐덫을 여러개 두라고 충고해두었다. 그래서 우리는 쥐덫을 사러갔다. 놀랍게도 쥐덫 코너에 사람들이 꽤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옆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집에 쥐나왔냐고 말을 걸어와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아주머니는 자기 집에는 뱀이 나와서 뱀 살충제를 사러왔다고 하셨다. (이거 듣고 거의 기절직전..)
우리는 며칠동안 부엌사용도 거의 안하고 밥도 다 사먹고 설거지거리도 바로바로처리하고 음식물같은건 모조리 통에 넣어 보관했다.
며칠간 쥐덫에 피넛버터를 발라서 이곳저곳 두었지만, 쥐가 너무 영리한 나머지 덫에 있는 미끼만 빼먹고 걸리지를 않았다.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관리사무소에 도움요청을 했고, 아저씨는 쥐가 들락거리는 통로가 싱크 아래에 있는 작은 홀인것 같다고 이곳을 막아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산 쥐덫이 너무 큰 것 같다며 작은 것으로 바꿔보라고 했다.
나는 철수세미를 사다가 구멍을 막고 쥐덫도 새로 작은 것으로 사와서 피넛버터를 발라 두었다. 그리고 남편 노트북에 CCTV같은 어플을 깔아서 움직임이 있을 때 마다 녹화가 되도록 세팅해두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 다음날 나는 내 생각보다 작은 쥐가 쥐덫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쥐는 한 번도 나온적이 없지만, 우리는 이미 그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미국 집에서는 쥐, 그리고 뱀도 나올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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