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이민 일기장

이민자의 미국 살이 소소한 팁 - 말이라도 해보자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1. 11. 14.
728x90

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하려는 주제는 꼭 미국 살이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지어 보았다. 바로 "말이라도 해보기" 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보니 미국에 살다보면 대화를 순간적으로 맞받아치기가 어렵고, 이 때문에 티키타카가 안되다보니 처음 보는 미국인들과의 스몰톡도 왠지 꺼리게되고 꼭 필요한 말 아니면 나답지않게 말 수 적은 사람이 되는 일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저런 고급 어휘 구사가 필요한 수다 타임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무언가 필요하거나 남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면 한 번 쯤은 용기 내서 상대가 "No" 라고 하더라도 말이라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머리로는 안되는걸 알고있고, 혹은 이미 안된다고 거절당한 마당에 체면이 중요한 한국인 + 굳이 영어로 또 말하기 쑥쓰러운 성격이 더해지면 미국사람 앞에서 더욱 입을 떼기가 어렵지만, 그럴 때 일수록 영어공부 하는 셈 치고 한 마디라도 더 해보자는 것이다.

 

만약 그런데도 거절당한다면? 그럼 쿨하게 "영어 회화 연습 잘 했네" 하고 넘기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에와서 "말이라도 해봐서" 그게 통한 경우가 많다.

 

몇 가지 내가 겪었던 사례를 준비해봤다.

 

1. 음식점에서 주문할때

미국은 패스트푸드점이 워낙 많고 다들 쿠폰을 뿌려댄다. 그래서 뭔가 제돈 내고 먹기 아까울 때가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어느날 우리 부부는 집에 가는 길에 출출해서 생각치 못하게 KFC에 들르게 됐다. 평소에 쿠폰을 들고 와서 할인도 자주 받았는데, 그 날은 그냥 들렀던거라 준비를 못했다. 그럼에도 그냥 말이라도 건네봤다.

 

"있잖아, 너네 혹시 무슨 쿠폰 딜 해주는거 있어? 그냥~ 쿠폰은 없지만 물어보는거야~"

 

그냥 말이라도 건네봤다. 어차피 안 볼 사람 거절당하면 또 어떤가~ 이런 마음가짐으로 ㅎㅎ 결과는? 우리는 쿠폰 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마감 시간때에 가서 오히려 우리가 시킨 것 보다 훨씬 많은 닭다리를 얻었다. 참으로 인심 좋은 매장이다.

 

2. 화장실이 급할때

엄마랑 작은 마을로 여행을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화장실을 가고싶은데 공용 화장실도 없는 마을이었다. 그 흔한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없는 그런 마을. 그렇다고 무작정 열려있는 음식점에 들어가기도 애매했던 상황이라 일단 보이는 CVS에 들어가봤다. 화장실이 있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직원 전용이었다. ㅠㅠ  나는 일단 몇가지 물건을 집어서 계산을 하면서 직원한테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냥 말이라도 해보는거지.

 

"저기~ 혹시 이거 계산 하고 저기 화장실좀 쓸 수 있을까?"

"안돼. 코로나 때문에 화장실을 다 닫았어. 그리고 저건 직원용이야~"

"응 나도 알지ㅠㅠ 근데 저기 뒤에 계신 올드레이디가 보이니? 우리 엄만데~ (엄마가 뒤에서 불쌍한 표정 지음 ㅋㅋ) 지금 좀 급한 상황이라서 ㅠㅠ 어떻게 안될까?"

"음.. 그러면 지금 손님이 좀 많으니까 이 사람들 가고 나서 너네만 쓰게 해줄게~"

 

여자는 여자끼리 맘이 통한걸까? 한차례 손님들이 나가고 직원이 우리들에게 화장실을 열어주었다. 아직도 너무 고마워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3. 스타벅스 생일 쿠폰

얼마전 생일에 스타벅스 음료 쿠폰을 받았다. 내가 expire date를 잘못 확인해서 생일 다음날까지 사용 가능한 줄 착각을 했다. 그래서 쿠폰 마지막 날에도 스타벅스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쓰려고 아껴두고 그냥 결제를 해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음날 스벅에 갔는데 쿠폰이 만료됐다는게 아닌가? 내 잘못이고 작은 것이지만 왜이리 속상한지.. 고객센터에 말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어제 생일이었는데 생일쿠폰을 오늘 쓴다고 아껴뒀거든 근데 오늘 쿠폰이 사라진거야. 내가 쿠폰 사용 기간을 착각했나봐 난 오늘까지인줄 알았거든 ㅠㅠ 내 주문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난 요 근래 매일 스벅에 왔고, 어제도 왔었는데 쿠폰을 안쓰고 항상 카드로 결제했어 ㅠㅠ 오늘 쿠폰 쓰려고 스벅에 왔는데 쿠폰이 없어져서 너무 속상해서 그냥 얘기라도 하는거야~"

"어머,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그리고 생일 쿠폰은 생일 당일까지만 사용 가능해~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넣어줄게. 다음부터는 꼭 잊지말고 그 전에 사용해줘~"

 

너무나 당연하게 내 잘못이라서 그냥 허심탄회하게 속풀이로 이야기 한 것이었기 때문에 내 얘기를 들어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일이 풀리게 되어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쿠폰 받은걸로 시원하게 한 잔 마셨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또 이렇게 충성 고객이 되어간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사실 타인에게 부탁을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입을 떼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냥 연습한다 치고 일단 거절 당하더라도 한 마디라도 더 해보자. 물론 거절 당했던 적도 수없이 많지만, 가끔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역시 돈드는 것도 아니고, 말 한번 해 보길 참 잘했어~"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