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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제일 재미있게 봤던 미국 드라마인 "더 베어" 촬영지를 다녀왔다.
미드 더 베어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시카고인데, 때마침 우리가 시카고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면서 겸사겸사 더 베어의 촬영지들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 베어 시즌 1에서 극중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는 레스토랑 "더 비프"의 촬영지인 "미스터 비프"에 다녀왔다. 미스터 비프는 실제로도 굉장히 오래된 음식점이고, 예로부터 많은 방송을 촬영했던 흔적들이 가게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우리는 시카고 마라톤이 열린 다음날 이 가게를 방문했다. 원래도 드라마 때문에 인기가 많았는데, 마라톤 때문에 시카고를 방문한 세계 여러 나라, 미국 전역의 더 베어 팬들이 합류해서 그런지 줄이 워낙 길었다. 우리도 앞에는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 뒤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마치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를 기다리듯이 줄을 서는 동안 그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시간을 때웠다.
더 베어가 한국에서는 전 국민적으로 큰 인기는 아니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시즌 3까지 정주행을 마치신 분들도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호불호가 있는 드라마라서 나는 이렇게 촬영지까지 찾아갈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 되었지만, 반대로 동생의 경우에는 내가 열심히 영업했는데, 시즌 1도 힘들게 보았고 다음 시즌부터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많이 높지 않지만, 가게를 방문해서 이 긴 줄을 견디며 생각했던 건 이 드라마의 파급력이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더 베어 팀이 에미상을 휩쓸었으니 미국에서도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카고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만난 우버 드라이버들은 하나같이 더 베어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아침과 점심 그 중간 언저리 시간쯤에 미스터 비프에 방문했고, 나름 패스트푸드점에 속하는 이 가게는 타 가게에 비해 회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약 1시간 반이 걸려서야 가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외관부터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기대감이 점점 높아졌다.
가게 내부도 역시 드라마에 나오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마치 드라마 세트장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을 수 있었다. 더 베어 드라마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모두 눈에 담으려고 계속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벽면에 극 중 닐 펙 (Neil Fak) 역으로 나오는 매티 매디슨(Matty Matheson)의 사진과 사인이 걸려있다. 드라마에서 그는 리치가 절대로 셰프로 고용해주지 않는, 한낱 메인터넌스 가이 혹은 잡다한 일을 처리해 주는 친척 혹은 친구 취급을 받지만, 실제로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캐나다의 셰프이다. 이런 드라마와 현실의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드라마가 한층 더 재미있어진다.
미스터 비프를 구글맵에서 검색해 보면 고약한 Rules에 관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가기 전에 그걸 검색해 보고는 이곳은 카드결제가 안되는구나 싶어 따로 현금을 챙겨갔었다. 그런데 실제로 방문해 보니 그 Rules에 적힌 것보다는 훨씬 친절한 가게였다. 수수료를 좀 떼긴 하지만 현금이 없이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음식도 주문하고 거의 1-2분 안에 서빙해 준다. 다만 가게 내부에 손님을 위한 화장실이 없는 건 진짜 그렇다. 그래서 축축하게 젖은 시카고 스타일 이탈리안 비프 샌드위치 (가게에서는 "더 베어"라고 부른다)를 먹고 나서 더러워진 손을 마른 휴지에 벅벅 닦는 수 밖엔 없다.
드라마에서 가게를 찾는 여느 손님들처럼 나도 이탈리안 비프 샌드위치를 hot & sweet로 주문했다. Au jus 국물에 푹 담가 촉촉해진 빵과 페퍼, 셀러리, 당근 등 야채가 가득 담긴 비프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여기서 이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또 이 시카고 스타일 샌드위치가 너무 그리워진 나는 우리 동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비프 샌드위치를 찾아 나섰고, 시도해 봤지만, 처음 이곳에서 먹었던 만큼 맛이 있지는 않았다.
남편은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를 주문했는데, 특색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평범한 소시지였다. ㅎㅎ
드라마가 촬영된 곳에서 직접 티나가 먹었던 샌드위치를 먹고 있자니 너무 신기한 기분이었다. 1시간 넘게 같이 줄을 서면서 친해진 캐나다 사람들과 식당에서도 같이 밥을 먹게 됐다. (나중에 심지어 공항 안에서 이 사람들을 또 만났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상에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추억을 덧쌓아 특별한 가게가 되었다. 오래 기다렸지만 그런 만큼의 보람이 있는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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