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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었던 여러 책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소설책에 대해 써본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 그리고 리틀 라이프 (A Little Life) 이 두 권이다.
원체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탓에, 두 책 모두 인기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밖에 어떠한 내용도 찾아보지 않고 읽었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한다면 레슨 인 케미스트리가 맞을 것이고, 새드엔딩을 좋아한다면 리틀 라이프가 맞을 것이다.
두 책을 비교한다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저 기억나는 대로의 짤막한 감상만 남겨보려고 한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무언가 배우고, 역경을 뚫는 여성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소설이란 장르에 맞게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는 비범하면서도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또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사랑은 찾아오고, 그 지점에서도 이 비범한 인물은 역시 범인들과는 다른 선택들을 하게 된다.
남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등장하긴 하지만, 살아서 등장하는 부분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이 역시 비범한 인물이다. 사연이 있는 남자이며, 동시에 천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존재가 책의 결말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두 주인공이 천재 화학자 연인 이라는 설정 덕분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 설정 덕분에 책은 굉장히 신선하고, 특히 조트의 두 번째 직업이 되는 연결고리 또한 이것에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과학, 특히 화학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에반스가 품었던 헤이스팅스에 대한 환상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 샌 프란시스코에 방문하게 된다면 가 보고 싶은 지역이다.
작가인 보니 가머스는 64세에 등단을 했다. 작가 또한 범상치 않은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책이 더 화제를 모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책이 너무 잘돼서 애플 티비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 책을 다 보고 드라마 1화를 봤다. 그러고 나서는 사실 바빠서 못 봤다. 드라마도 잘 만들어졌는지 평점이 굉장히 높다.
리틀 라이프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바이럴된 틱톡을 보고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앞서 말했듯이 난 스포일러를 싫어하긴 하지만 이 책은 트리거가 너무 많아서, 미리 큰 줄거리를 찾아보고 맞지 않는 사람은 읽지 않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
대강 얘기하자면 이 책을 읽을 때 뭔가 특정 단어를 쓰기만 해도 블락이 걸릴 것 만 같은 아주 심각한 범죄, 정신 건강 등에 관련된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마주쳐야 한다. 이 때문에 사실 아무것도 정보가 없이 책을 읽었던 나는, 초반에 읽기 싫은 묘사들을 보고 나서 대체 이런 주제로 언제까지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고, 그것은 책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인물묘사나 상황 묘사, 우정에 대한 이야기나 부모-자식간의 이야기 등 묘사는 너무나 아름답고도 아주 미묘한 부분을 잘 캐치해 내기 때문에 정말 좋았다. 나는 주드였으며 윌렘이었고, 때로 제이비였다가 말콤이었다. 사람은 정말 복잡한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단면이나 찰나의 순간만이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나 주인공은 매우 사연이 있으며, 그 깊이는 웬만한 소설의 주인공보다도 더 깊다. 그리고 또 매우 명석하다. 그는 인생 전반기에 묘사하기도 힘든 경험을 하게 되면서 어른이 된다. 성인이 된 후의 삶은 그 전의 삶을 떼어놓고 이야기한다면 매우 즐거운 삶이다. 미국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아주 끈끈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서른 살에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만나 입양이 된다. 일은 언제나 잘 풀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즐거운 삶을 산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들이다. 어느 한 순간에서도 그는 그가 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어떤 일인지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깊은 유대관계를 쌓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결국 그는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작가인 한야 야나기하라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불행하게 끝나는 얘기를 쓰고 싶었다는 것 같다.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무수한 세월속의 노력에도 주드가 괜찮아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매우 인기가 있고, 내용도 매우 자극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호불호도 굉장히 갈린다.
대강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작가가 소설을 쓸 때 장애인에 대한 조사가 전무한 상태로 책을 썼다는것에 이 책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분노를 산 것 같다. 주인공인 주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고,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책 전반에 묘사가 되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조사 없이 책을 썼다는 부분에 어떤 독자들은 더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주드가 어떤 식으로던지 "정말"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모든게 완벽하기 어렵겠지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숨통만 트이는 상태라면 어쩌면 그게 나아진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주드에게 그런 순간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이 너무 많았던 게 아닐까.
이 책은 결국 재미있기 때문에 읽고 나서도 계속 인물들이 떠오르고, "이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막연하고도 안타까운 상상을 계속 하게 만들지만, 그것 자체로도 나의 정신건강에 너무 유해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라도 다른 것들로 내 관심사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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