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Photo by Julia Tebbs on Unsplash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을 드디어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경우 그랬듯, 계속 그 이야기들을 곱씹고,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하면서 생각을 정리 중이다.
너무 다양한 생각들이 조각조각 떠올라서 그것을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서 기억을 저장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회고록이기에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극단적인 몰몬교의 형제 많은 집 막내로 태어난 타라는 그녀의 부모가 정부 및 세상 시스템을 불신하기에
출생증명서가 없고, 학교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병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서 검정고시를 보게 되었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몰몬교가 세운 대학인 브리검영 대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교로 교환학생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석, 박사까지 하게 된다. 또 그 과정에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지팅 펠로우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는 전형적인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성공 스토리가 분명하다. 그러나 타라는 극성 몰몬교 부모의 자식이기에, 이러한 사회적인 성공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시사하는 바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불일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 정확히는 부모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 간격 때문에 자녀는 굉장한 혼란을 느끼며 고통을 겪게 된다.
타라의 부모는 자식들이 대학에 가는 것을 원치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학문을 배우는 것 자체가 종교적으로 타락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몰몬교들이 다니는 대학인 브리검영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반대한 부모가, 당연히 다른 학교, 그것도 다른 나라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눈뜨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의 기준은 세상과는 너무 달라서, 영국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되어도 그것은 오히려 하나님과 멀어질 대로 멀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말리기에 바빴다.
그녀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일할 때 그녀의 부모는 처음으로 그녀 학교에 방문한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아이가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일하게 된 것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 부모가 하버드를 방문한 것은 그녀를 이제라도 말리기 위해서였다. 하버드 대학교의 기숙사에서 그녀 부모는 그녀에게 다시 몰몬교로 돌아올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타라는 그냥 거짓말로라도 알겠다고 하고 부모를 회유할 수도 있었지만, 기어코 진실로 자기는 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한다. 타라 부모는 그런 딸에게 매우 실망해서 그 길로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버린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가족 간의 수많은 균열들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삶은 굉장히 신선하고 힘들고 감당하기가 벅차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비슷한 시련들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특별함에서 오는 보편적인 공감대는 이 책을 읽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고, 그 점이 이 책이 왜 많은 독자를 열광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을 읽고 타라 웨스트오버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사람들이 자기에게 다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말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한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기에 그 자체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한 그녀의 인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그녀가 그렇게 놀랄 만도 하다.
책을 다 읽고 생각이 나는 대로 적어보고자 한다.
그녀의 가족들은 아버지 지시에 따라 수년 간을 인류 종말에 대비하며 지낸다.
방공호를 파고, 지하수를 연결하고, 음식을 저장하고, 총탄을 모으고 등등...
아까도 말했듯 그녀는 몰몬교 집단 마을에 살았고, 인구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주변엔 그런 사람들 투성이었다.
그런 마을, 그런 집안에서 살면서 마을 바깥세상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굉장히 사고도 많이 겪는다.
온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고물상에서 일하면서 타라를 비롯한 형제들은 매우 큰 부상을 당한다.
그런데도 이 부모는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본인들이 다쳤을 때는 당연하고, 자식들이 다쳤을 때도 병원에 보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제발 병원 좀 가!"라고 외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 현대 과학에 대한 불신으로 끝까지 병원에 가지 않는다.
여기서 누구 하나 죽었으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또 그렇게 큰 부상들을 당하고도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는 전신 화상을 입어서 살점이 녹아내리고 뼈가 보이고 심장이 몇 번 멈추고 폐도 손상되고 손가락이 오징어처럼 굽었는데도 죽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엄마가 유사과학으로 치료하는데, 그것이 또 먹혔다. 그래서 타라네 가족은 갑자기 부자가 된다. 정말 환장하겠지만, 특이하게도 미국 정부를 믿지 않는 타라 가족과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아버지의 병이 낫는 것을 기적이라 칭하며 어머니의 치료 오일 및 치료법 등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이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나와 같은 세대에 이루어졌다는 것에 또 큰 충격이 있었다. 이야기만 들으면 꽤나 옛날에 일어났을법한 일들이 아닐까 했지만, 어머니의 치료법을 오바마 케어 대항마로 내세워 마케팅했다는 것을 들으며 또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준에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되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책에서 그녀가 얘기한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손을 씻는 것.
어린 타라는 시내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방문하게 되고 할머니가 타라가 손을 씻지 않는 것을 보고 사위인 타라의 아버지에게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수칙을 가르치라고 한 마디 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아버지는 그 얘기에 콧방귀를 뀐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그녀는 검정고시를 치고 기적적으로 브리검영대학교로 오게 된다.
이 대학도 물론 몰몬교 대학이긴 하지만, 타라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타라의 가족들처럼 극단적으로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은 매우 드물었다.
타라는 룸메이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이러한 생활규범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손 씻는 것은 당연히 몰랐고, 샤워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몰라 항상 악취를 풍기고 다녔다.
룸메이트들이 모여 공동 규칙을 만들고, 그중에 타라를 의식한 룸메가 샤워나 손 씻기 규칙에 대해 언급하면서부터 타라는 기본 위생관념에 대해서 서서히 배우게 되었다.
아주 엄격한 몰몬교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는 여성 자녀들에게 굉장히 보수적이었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여성의 신체가 드러나는 것을 죄악시했다. 타라가 어린 시절에는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녀는 그녀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 아버지와 오빠들이 말했던 "창녀"가 될까 봐 매 순간 전전긍긍한다.
이런 굉장히 속박적이고 강압적인 환경에서 자란 타라는 아주 조금이라도 신체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남자와 손이라도 잡는 날에는 큰일이 벌어지는 줄 알고 자라게 되었다. 이처럼 그녀가 처한 생활환경, 즉 가족과 종교 때문에 그녀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억압된 성관념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 반팔을 입거나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게 된 것은 그녀가 거의 대학을 졸업한 이후였는데 그동안 내면의 자신이 창녀가 아님을, 혹은 창녀가 되지 않기를 심각하게 두려워하면서 자란 그녀의 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정신적 폭력은 그녀가 자라는 내내 그녀와 함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신체적인 폭력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그녀의 오빠로부터 그녀는 심각할 정도로 많은 폭력을 당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서 (자기가 오빠로부터 맞아 뼈가 부러진 것 등) 알아챌까 봐 그 사실을 수습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빠로부터 당한 폭력사건은 그 당사자가 막내인 타라에게 오기 전까지 다른 피해자들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는데, 그 대상은 다른 형제자매들이었다. 타라의 언니와 오빠는 이 사건에 대해 공론화시키기 위해서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타라의 가족이 처한 특수성이 다른 가족에게서도 볼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게 되는 장면들을 보았다.
예를 들어 타라의 어머니는 본인 아들이 동생들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외면한다. 본인이 장성한 아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자녀들이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나서서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타라가 영국에서 지낼 때 이 문제에 대해 엄마와 채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채팅에서 엄마는 본인이 그 문제를 알고 있었음을 시인하고, 타라의 언니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힘을 보태기로 한다. 타라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엄마다운 역할을 기대했던 것, 즉 부모의 지지와 도움을 얻었고, 그로 인해서 우리 가족도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타라가 영국에 있을 동안 언니는 문제의 공론화에 실패했고, 오히려 가족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엄마는 타라에게 얘기했던 것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오빠의 편을 들어준다. 더 나아가 오빠의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려는 자녀를 가족 바깥으로 내쫓으려고 협박하여 굴복시키게 한다. 타라의 언니는 이 과정을 겪고 결국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더욱더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추후 타라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오빠와 힘을 합쳐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언니가 그랬듯 다른 가족들은 타라에게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면 가족에서 추방될 거라는 압박을 가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몰몬교 집단을 떠나서는 살아본 적이 없는 언니는 가족들을 벗어나면 살 길이 없어지기에 가족에게 굴복했지만,
고등 교육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기르게 된 타라는 언니와는 달리 너무나 사랑하지만, 생각이 다른 가족들을 떠나게 된다. 만약 타라가 교육받지 못했더라면 그녀도 그녀의 언니와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 쌓는데에 그치는게 아니라,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인생을 지키며 자립할 수 있는 힘을 동시에 준다.
타라의 선택을 보면서 수많은 가족 간의 불화를 겪는, 구체적으로는 부모와 갈등을 겪는 성인 자녀라면 이러한 그녀의 결정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이기에 비상식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곁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자녀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다. 그런 사람들이 타라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택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의 책이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되자 그녀의 부모는 Educating이라는 본인의 입장에서 쓴 책을 발간한다. (배움의 발견 원제는 Educated이다.) 부모가 쓴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떤 내용들이 담겼을지 짐작은 간다.
몰몬교에 관련된 뮤지컬인 "북 오브 몰몬" 관람 후기 링크를 남겨 두려고 한다.
2023.03.29 - [미국 이민 일기장] - 브로드웨이 뮤지컬 북 오브 몰몬 The Book of Mormon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퀘스트 프로틴 다이어트 프로스티드 쿠키 2가지 맛 후기 (21) | 2024.03.15 |
---|---|
CU GS 편의점 간식 추천: 황치즈 크룽지 약과 쿠키 이웃집 통통이 납작이 쫀득 샌드쿠키 (23) | 2024.03.04 |
구글 애드센스 세번째 수익 전환 후기 (0) | 2024.02.02 |
유튜버 원지의 하루 홀롤롤로 x 벤시몽 콜라보 노트북 파우치 후기 (22) | 2024.01.30 |
2024 스노우캣 데스크 캘린더 탁상 달력 구입 후기 (29) | 2024.0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