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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헨리 둘리 동물원 & 아쿠아리움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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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동물원인 헨리 둘리 동물원에 갔다. 아마도 내가 이곳에 왔던 첫 해 학교에서 갔던 게 5년 전인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전혀 갈 일이 없다가 이번에 어떻게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이 동물원은 미드웨스트에서도 유명한 동물원이라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오마하에 간다고 말하면 다들 "그렇다면 동물원에 가봐" 하고 추천하는 그런 곳이다. 미 전역에서 탑 10 안에 드는 동물원이라고 하니 오마하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부심이 대단히 높다.

 

내가 이곳에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오랜만에 육아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나를 만나고 싶은데 아들이 같이 있어서 다른 곳 보다 동물원에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주었다.

 

이제 15개월인 친구 아들도 보고 싶고, 역시 애기가 있다면 애기한테 모든 걸 맞춰주는 게 맞지 싶어서 겸사겸사 친구도 볼 겸 날을 잡아 동물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8시에 만나자는 친구를 겨우 설득해 9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전날에 미리 가져갈 도시락도 싸 뒀다.

 

동물원이라니. 아이가 없는 나는 이럴 때가 아니면 방문할 일이 없는 곳인데, 역시나 예상대로 이곳은 부모들과 어린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오마하에 사는 모든 아이를 가진 가족이 다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친구가 자기는 연간회원권이라 나도 같이 무료로 들여보내주겠다고 말을 했는데, 역시나 가족이 아니라서 그건 안 됐고 입장료는 약 $30 정도 냈다. 5년 전보다도 1.5배 정도 오른 것 같다.

 

아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친구 아기가 너무 귀엽고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아직 말은 전혀 못 하고 열심히 옹알이 중이었다. 유치는 잘은 기억 안 나지만 8개 정도 있다고 한 것 같다. 분유와 이유식을 반반 정도 먹는 것 같다.

 

동물원에 간 거지만 동물을 보는 것보다 그냥 친구랑 얘기하고 아기 보고 하는데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오랜만에 만난 거라서 할 얘기가 꽤나 많았다.

 

친구는 출산하고 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 졸업을 했다. 요즘 구직 중이라고 하는데 코비드 이후의 여파로 일자리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친구가 특별히 원하는 형태의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원중인데도 아직 일을 못 구했다고 한다.

 

친구는 자기가 이걸로 일을 못 구하면 11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박사까지 한 게 그냥 종잇쪼가리로만 남을 것 같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박사학위가 좋은 직업을 완벽하게 보장해주진 못하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취업이 힘들 일인가 싶다. 내년부터 남편도 잡마켓에 나갈 예정인데, 분야는 달라도 요즘 상황이 이렇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든다.


친구는 원래도 오마하를 참 좋아했는데 내년까지도 만약 일을 못 구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무엇보다도 아기가 있으니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모든 것은 아기를 기준으로 정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아기가 없는 나에겐 그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친구는 요즘 아기 돌보기+주말에는 파트타임+주중에 남는 시간에는 이력서 제출하기 등 이렇게 시간을 타이트하게 써서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만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주는 그 모든 고난을 뛰어넘을 만큼 좋은 에너지가 있고, 그로 인해서 남편도 친구도 열심히 일하고 즐거운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사정이 다 있겠지만 그래도 이 친구만큼은 셋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요즘 친구는 아기와 둘이 계속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동물원 연간회원권을 끊어 이곳에 자주 온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평일 오전에 와 보면 다들 자기처럼 유모차에 애기와 함께 온 아주머니들밖에 없다고 한다. ㅎㅎ 아마도 이곳이 동네에서 제일 접근성이 좋은 엄마들을 위한 미국의 키즈 카페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곧 할로윈도 다가와서 여기저기 호박들도 보이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동물원을 장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또 다른 친구가 이 동물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고 싶었는데 마주치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동물원이 워낙 크고 아기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날 동물원의 절반도 못 둘러보고 나왔다. 햇살이 더욱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모처럼 만족스러운 아침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다녀와 발과 다리가 부어서 무슨 일인지 보니 동물원에서 만보정도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도통 운동을 하지 않아 그런가 조금만 걸었는데도 발이 붓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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