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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한 달 만의 로펌 방문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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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2월까지 인턴으로 일하던 로펌에 약 한 달 만에 다시 방문을 하게 되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과제를 하는데 로펌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서 이메일로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했더니 기꺼이 사무실에 들러도 좋다고 하셔서 시간 약속을 잡고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약속을 잡으며 괜한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혼자 끙끙 앓았다. 왜냐하면 처음에 슈퍼바이저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녀가 코비드에 걸려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직원에게 나를 포워드 해주고, 또 그 다른 직원이랑 계속 시간 조율을 해야 했기에 약속 잡는데만 이메일이 10통은 족히 왔다 갔다 했다. 원래도 작은 부탁도 어려워하는 성격인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고 하는 것이 혹시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할까 봐 마음이 줄곧 편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약속을 잡고 일주일 정도가 흘러 로펌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매 주 몇 번씩 가던 출근길을 다시 운전해 가다 보니 새삼 들뜨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했다. 요즘 한국인 친구들 빼고 만나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도 괜히 부담이 됐다.

 

그런 우려와는 달리 로펌에 발을 내딛자마자 리셉션 직원인 A가 나를 흔쾌히 맞아주었다. 사실 나는 아직 퇴사처리(?)가 되지 않아서 사무실 카드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갑자기 한 달 만에 와서 카드키를 찍고 바로 들어가기에는 민망해서 A에게 잘 지냈냐고 하면서 인사를 건넸더니, 그녀가 바로 나에게 "사무실 문 열어뒀으니 들어와"라고 말해주었다.

 

오후 시간에 찾아갔더니 나와 함께 일하던 변호사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코비드에 걸렸다던 나의 슈퍼바이저 S가 환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약속 잡고 하는 동안 격리 기간인 2주가 지나서 다 나아 며칠 전부터 출근을 했다고 한다.

 

나의 두 사수인 S, 그리고 T와 함께 S의 방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내가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게 두 분을 방해하는 것이 될까 봐 망설였다고 하자 서슴없이 바로 "We adore you!"라고 말해주었다. 미국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기에 두 분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중년의 아주머니들이기에 항상 딸 뻘인 나를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 예뻐해 주시는 게 느껴진다.

 

본인들과 비슷한 진로를 가려는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시는 두 분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주제가 너무 확확 바뀌는 통에 (갑자기 정치 얘기를 하다가, 올림픽 출전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유전자 검사 얘기를 하다가, 또 찰스 디킨스 등 미국 학교에서 배우는 소설들에 대한 토론을 하는 식이다) 역시 미국에서 영어를 한다는 건 미국의 문화를 알지 못하면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 가져온 사무실 출입 카드키를 반납하는게 좋겠냐고 물어보니, 슈퍼바이저 S는 나에게 반납할 생각 말라며, 언제든 다시 돌아와 일을 하건 공부를 하건 해도 좋으니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다. 오히려 나에게 "네가 카드키를 가지고 있어야 그 핑계로 한번 더 만나지!" 하는 그녀를 보니 그녀가 정말 나를 진심 어린 태도로 대하고 있음을 느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타겟에 들러 땡큐 카드를 사 와서 집에 와 손 편지를 써서 부쳤다.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데에는 카드가 더 좋을 것 같았다. 여러모로 뜻깊었던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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