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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Week 4: 미국 로펌 패러리걸 인턴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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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턴을 시작한지 4주차를 마쳤다. 시작한지 벌써 약 한달이 지난 것이다. 이제서야 출근길이 조금은 익숙해졌고,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느끼는 두려운 감정이 조금은 덜 해졌다. 매일매일 일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업무들은 지난번에 해 본 것들이라 조금씩 눈과 손에 일도 익어간다.

 

이번주 새로 했던 업무는 전화로 들어오는 법률 상담의 쉐도잉을 한 것이다. 고객을 만나는 다양한 창구 중 하나인 전화 상담 업무 직원의 지시 아래 그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업무도 코로나 이전에는 직접 사무실에 나와서 했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든 전화 업무는 재택으로 변경되었고, 지금도 그것이 유지중이라고 한다. 대신 너무 직원들을 만나지 않으니까,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팀빌딩이나 지사모임 등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들었다. 물론 이것도 줌미팅이라고 한다. ㅎㅎ

 

나중에 후일담으로 들은 것인데 나를 담당했던 직원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재택근무가 꼭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블로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누가 들어도 수긍할만한 사유였다. 코로나 시대가 남기고 간 것은 다 나쁜줄 알았는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그래도 몇 개 장점들을 건질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화요일에는 다시 법원으로 출근하는 일정이었다. 지난주까지는 그저 변호사들을 따라다니는데에 불과했는데, 이번주 법원업무에서는 아주 작은 업무지만 그래도 무언가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었다. 법원도 자주 가다 보니까 건물 내 위치도 파악하게 되고, 스케줄도 알게 되었으며, 법원 근무 직원들과 자주 보이는 변호사들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렇게 4주동안 법원에 한 주에 한두번씩 나가게 되니까 우리 로펌 변호사들도 어느정도 나를 파악했는지, 다음주에는 법원출근일에 업무를 준다고 하는 변호사님이 나타났다. 두루뭉술하게 엿듣기는 했는데, 아직 정확하게 어떤 업무인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 긴장도 되고 잘 할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앞서 말한것에 이어서 사무실에서 이번주 일어난 변화를 되짚어보자면, 나에게 업무를 맡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것이다. 회사에 로스쿨 학생들이 로 클럭으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그 학생들은 자주 출근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지, 혹은 이제 어느정도 나에 대해서 영어는 얼마나 하고, 컴퓨터 스킬은 얼마나 있고, 작문 실력은 어느정도 있는지 각을 잡아서 그런지, 이번주에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변호사님이 건네주시는 서류를 검토하기도 하고, 패러리걸님이 주시는 자료를 조사하기도 했다. 모두 처음 하는 업무였기도 하고, 각자 사람마다 일을 시키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상대방이 나에게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걸 중점적으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내가 잘했는지, 혹은 잘 못했는지 그건 잘 알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로펌 사람들은 다들 둥글둥글해서 대부분 칭찬만 해주기 때문 ㅠㅠ 그래도 내가 실수가 없었다면 다음에도 일을 맡길것이다. 반대로 내가 일하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건 차차 사람들의 반응을 봐야 알 것 같다.


우리 로펌 사람들이 나를 파악해가듯, 나도 그들에 대해서 파악해가고 있다.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나도 일적으로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나는 일단 원어민이 아니라서 영어를 크고 똑바르게, 그리고 되도록이면 천천히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 말이 너무 빠르거나 흘려말하거나, 혹은 목소리가 너무 작으면 나는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특히 일에 관련된것이나 내가 아는 주제가 아닌, 랜덤한 얘기를 하는 걸 바로 캐치하고 나아가서 0.1초만에 바로 티키타카까지 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에는 그냥 가만히 듣고 있고 거의 반응을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이 점 때문에 많은 대화가 오갈 때면 위축되고 있다. 그래도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안타깝게도 그냥 그 순간이 흘러가기를 바랄 때가 많다.

 

또 다른 점은 내가 인턴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 가르쳐줄 때 그 스킬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한다. 본인이 아는 것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복잡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방대한 지식에 대해 간략하게 필요한 것만 골라 설명하는 것은 고급 스킬을 요구한다.

 

선천적으로 이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배우는 사람=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필요한 것들을 모두 캐치하고 싶어한다. 다행히도 나의 사수는 이 기술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문제는 랜덤하게 나에게 일을 주시는 다른 분들이다. 일단 대화도 많이 안해봤고, 말하는 스타일을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공이 날아올지 몰라서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그래도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질문을 간략하게 추리고, 질문도 여러번 하기 보다는 한번에 궁금한것을 몰아서 물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몇년간의 사무직 직장생활을 거친 짬바가 어찌저찌 발휘가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다음주에는 지난번 폭설때문에 근무 시간을 못 채운 것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더 늘어난 출근시간 만큼 일도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4주간 버티다 보니까 나름 일적으로 잘 맞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고객 응대 시간에 몇번 쉐도잉 업무를 같이한 변호사님이 그렇다. 말이 빠르긴 해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잘 하는 분이다. 그래서 나도 일하는데 반응이 빨라졌고, 고객 응대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다른 업무가 많아져서 쉐도잉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변호사님과는 호흡이 잘 맞아서 그런지 변호사님 아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로스쿨을 다니는 로 클럭도 만났다. 처음 봤는데도 나와 잘 맞을 것 같았다. 그 친구가 점심때 잠깐 얘기하자고 해서 잠시 얘기를 하게 됐다. 그 친구는 이미 로 클럭을 오래 해서 회사 생활과 로스쿨에 대해서 여러가지 말해주었다. 그 친구가 일주일에 하루밖에 근무를 안해서 자주 못만날 것 같아서 좀 아쉽다.

 

또 다른 느낀점은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맡고 있는지 더듬더듬 알게 되어서 흥미가 생기고 배워보고 싶은 분야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졸업 전에 인턴십을 하게 되어서 현장 분위기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월에는 수업에서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들이 많이 늘어나서 일 외적으로 학교와 연계되는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나는 여유있게 일을 일찍 시작해서 미리 마무리 짓고 수정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2월 초반부터 준비를 할 생각이다. 아마 쉽지는 않겠지만,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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