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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시작한 지 3주 차가 되었다. 이번주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다면 드래프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 방식의 한국말로 풀어 설명을 하자면 문서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로펌의 거의 모든 문서는 변호사의 서명으로 나가는데, 패러리걸의 큰 업무 중 하나는 변호사들의 문서 작성 업무를 돕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다닐 때에도 많은 수업에서 드래프트를 작성하는 것을 배운다.
숙제로 이것저것 작성해 본 적은 많지만, 실제 고객에게 나가는 문서에 글을 입히는 건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되었다. 물론 사수의 지휘아래 베이비 걸음마처럼 하나 하나 배우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문서 작성 중에도 패러리걸과 변호사 사이에서 많은 대화가 오갔고, 몇 차례의 수정을 통해서 완성본이 나왔다. 나는 그저 옆에서 거들뿐이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작은 성취감도 있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많은 미국 변호사들이 법적 글쓰기 수업을 다니면서 작문 실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업계도 꾸준한 배움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갈 길이 아득하니 멀지만, 이제 그래도 실제로 물리적으로 회사에 나와보니 로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더 피부로 와닿는다.
이번주에 보고 느낀 것들 중 신기한 것들에 대해서도 기록해 봐야겠다.
어느 사무실이나 그렇겠지만, 우리 사무실도 서류가 차지하는 양이 상당하다. 나의 사수는 요즘 변호사들이 늘어벌려둔 서류 정리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무거운 서류 상자를 옮기거나 서류철을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인턴을 몇 번 해봤을 때 이런 서류 작업에는 인턴들의 노동력이 무조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이런 어드민들의 잡일에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쓰는 것에 거리감이 없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나는 아침 내내 서류 정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수에게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같이 동참을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사수가 말하기를, 네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정말로 고마운데, 너는 여기에 패러리걸 업무를 배우러 온 것이지 그런 잡일에 노동력을 쓰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자기는 인턴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업무는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멋있는 상사가 다 있나. 모든 이들의 미국에서의 경험이 다르고 모든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내가 이번 주 경험한 이 멋진 사고방식은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라 신선했다. 모두에게 당연한 게 에일리언인 나에게 새롭고 멋지게 다가오는 경험은 기분이 좋다.
억울하건 말건, 까라면 까는 회사 문화에 익숙해져버려 이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납작 엎드렸던 그런 문화에서 내가 정말로 걸어 나왔다는 것을 조금씩 상기시켜 주는 이런 일들이 하나 둘 일어나는 중이다.
앞서 말한 것과 관련되어, 나는 요즘 법원에 가야 해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는 날이 생겼다. 원래의 나 같았으면, 아무리 내가 두시간 먼저 출근했어도, 두 시간 먼저 집에 가겠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눈치껏 일찍 출근했어도 원래 퇴근시간까지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미국이고 모두들 각자의 근무 시간이 지나면 퇴근하는 것이 당연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일찍 출근하면 당연히 "아 나는 오늘 2시간 먼저 나와서, 2시간 먼저 퇴근해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 눈치 주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인턴 저거 뺀질거리네 재수 없네 정직원 절대 못시켜 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만 해도 이런 상사분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면 이제 나라는 사람도 한국에서의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 이곳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도 언젠가 이런 작은 일들이 신기한 일이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신선하다는 말을 듣는 게 신기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변화가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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