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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고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청난 영화가 나왔다는 소문에 요즘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영화관에 다녀왔다. 평점이 뭐 대수겠냐만은 또 이런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하자면 IMDB랑 로튼토마토 다 점수가 엄청나게 좋다. 그리고 나도 이 영화가 너무 좋다.
보통 영화 소개를 하면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결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할텐데 이 작품은 압축해서 소개를 하기도 참 난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느낌이냐면, 어떤 천재들로 구성된 팀이 몇 년에 걸쳐서 논문을 냈고, 그 발표를 나에게 했는데, 내가 그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그걸 요약해서 여기에 적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랄까? 허허허
양자경이 맡은 캐릭터인 에블린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온 이민 1세대이다. 남편인 웨이몬드와 에블린 부부는 많은 이민 1세대들이 주로 선택했던 직종인 세탁소를 운영한다. 둘은 딸인 조이와 함께 사는데, 조이는 베키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친정 아버지인 공공도 에블린의 집에 머물며 같이 살고 있다.
에블린과 웨이몬드, 그리고 딸 조이 모두 그런 상황들에 많이 지쳐있다. 웨이몬드는 용기를 내서 그녀와 이혼하려고 하고, 조이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에블린에게 많이 상처받은 상태이다. 에블린은 하루하루 그렇게 꿈도 희망도 잊은 채 바쁜 생활에 자신을 맡겨버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상태이다.
그러던 와중 에블린과 웨이몬드, 공공은 세탁소 세금 납부를 위해 모든 영수증을 들고 IRS로 향하고 거기서 에블린은 다른 메타버스에 사는 웨이몬드와 처음으로 만난다. 그의 다짜고짜 설명에 의하면 이세계 에블린만이 악당인 조부 투파키에 맞서 싸워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얼떨결에 에블린은 모든 차원의 유니버스를 구할 수 있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게 단지 한가지는 아닐 것이다. 지나가는 장면 장면들을 단 한 번씩만 본 평범한 관객인 나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떠올랐으니까. 이 영화를 액션영화라고 해야할까, 혹은 가족영화라고 해야할까, 혹은 포스트모더니즘과 메타모더니즘의 최전방의 선택에 대한 영화라고 봐야하나. 블랙 베이글은 어떻게보면 중2병이 아닐까 등등
5월 개봉을 앞두고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모든 선택에 따른 미래를 다 보고 겪을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람들은 대부분 허무함을 떠올렸던 것 같다. 조이, 아니 조부 투파키가 그랬던것처럼. 그래서 결국 그들은 돌이 된다. 아무 움직임도 없고 그저 한 자리에만 계속 있는 돌.
정말 딱 이 유명한 메타몽 짤처럼 돌이 되어버린 두 사람. 그러나 에블린은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돌은 돌인데 움직이는 돌, 돌은 돌인데 구글리 아이가 붙어있는 돌.
여기에 큰 깨닳음이 있었다. 살아보니까 뭐 다 똑같애. 그놈이 그놈이고 그 삶이 그 삶이야. 돌도 돌인데 그냥 베이글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져버리는게 낫겠어. 이런 강력하고 설득력있는 허무주의를 와장창 깨버리는 에블린의 활약은 많은 사람들을 오열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포함 ㅎㅎ)
모든게 가능하고, 뭐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아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허무할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이든 다 가치가 있고, 어떤 선택이든 다 의미가 있다.
이런 포맷을 내가 처음 접한건 어릴적 이휘재가 나왔던 인생극장이었는데, "그래 결심했어" 라는 말과 함께 두 가지 다른 삶을 선택해 살아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가 저렇게나 다르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확장된 세계관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지와 결말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신하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 에블린이 선택된 이유도 참으로 웃프게 아무것도 되지 않았고, 어떠한 꿈도 끝까지 쫓아가 본 적이 없으며, 어떠한 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팩폭에 덩달아 관객석에 앉아있던 나까지 뼈를 제대로 맞았다. 그러니까 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야. 라고 때린뒤에 위로를 해 주기는 한다.
다른영화 스포있음
스위스 아미 맨 이라는 해리포터 역으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나왔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참으로 기괴한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이다. 해덕인 나는 다니엘이 나온다니까 팬심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마침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하는 대 참사를 벌이고 만다.
그때 나는 남자친구한테 잘보이려고 하는 상태였는데 하필 송장이 방구 부스터를 쏘면서 그걸로 추진력을 얻어서 시체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영화를 들고와서 같이 보자고 해버린 것이다. ^^ (사실 이거 말고도 좀 취향타는 영화들을 보자고 해서 남편을 당황시킨 사례가 몇 더 있다.) 아무튼 그래도 저 영화는 재미있었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이렇게라도 수습을...)
그래서 지금도 남편은 내가 추천한 영화면 못미더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도 내가 보자고 우겼기 때문에 남편은 가는 길에 "해리포터 뿡뿡이 같은 영화는 아니지?" 라는 말을 했다. 나는 하하~ 아니야 라고 했고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알았다. 이 영화가 스위스 아미 맨을 만든 "다니엘스" 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냥 나는 이런 취향인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IRS 직원으로 제이미 리 커티스가 나온다. 아니 당신 할로윈 아주머니잖아. 라는 생각과 함께 순간 "이 영화 사실은 공포영화 아냐?"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58년생인데도 정말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보여주시는 명배우의 연기에 존경심마저 든다.
에블린 역의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홍콩 배우이고, 남편 역의 키 호이 콴 (조나단 케 콴)은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공공 할아버지 역을 맡은 제임스 홍은 홍콩계 미국인이다. 비록 이 영화에 한국계 배우가 주연을 맡지는 않았지만,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이 되어 극을 이끌어 나가는 영화를 미국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제목이 무지 길고 한글로 쓰는데도 좀 무리가 있는데, 한국 개봉을 한다면 어떤 제목으로 정해질지 기대가 된다. 스파이더맨 이후로 영화관에 간건 몇달만이었는데, 즐거운 시간이었다. 동네 새로생긴 영화관인 ACX 에 처음 가본거였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은건 안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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