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Zoom 인터뷰 후기는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myimmigrationdiary.tistory.com/109
지난번 글에 이어서 줌 인터뷰를 본 다음날 이메일로 결과를 받게 되었다. 1차 인터뷰에 합격했으니 2차 인터뷰를 봐야한다는 내용이었다. 2차 인터뷰는 직접 회사로 와서 본다고 원하는 시간대를 말해달라고 했다.
지난 인터뷰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는 가장 뒤늦은 시간을 골랐다. 그래야 그나마 준비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갖게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하게 되었다.
준비할 동안 약 나흘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무드 스윙이 아주 널뛰기하듯 했지만, 1차 인터뷰와 달랐던 점은 긴장되는 것보다 조금 더 우울한 쪽에 치우쳐져 있었다는 것이다. 1차 인터뷰에서 이미 나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이야기했다고 생각이 들었고, 2차 인터뷰에서 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1차 인터뷰에서 준비했던것들을 다시 되풀이해 연습하는 동시에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사실 회사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1차때만큼 많은 자료를 얻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1차와 조금 차별화된 연습을 했었어야 했지만, 거의 그렇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의지하던 학교 커리어센터 선생님도 휴가를 가셔서 나를 도와주시지 못했다.
사실 면접의상 하면 검정 블레이저와 검정 바지, 흰 블라우스, 검정 구두 뭐 이런식으로 입었어야 했는데,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블레이저는 브라운 체크무늬 한 개가 전부였다. 이걸로 입고 가도 되려나 싶었는데, 사실 시간이 없어서 따로 옷을 못샀기 때문에 그냥 그 한 개 있는 브라운 상의를 입고가게 되었다. 다행히 옛날에 한국에서 흰 블라우스와 검정 정장바지를 가져온 게 있어서 그걸 입었다. 구두도 검은색은 없고 남색 구두와 빨간색 구두가 있었는데, 그나마 무난해보이는 남색을 골라 신고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인터뷰 당일이 되었고, 남편이 데려다주기로해서 같이 집을 나섰다. 회사 앞에 나를 내려주고 남편은 떠났다. 마음을 가다듬고 건물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서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고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다. 미국 면접 팁에서 본건데 회사 건물에 들어가는 동시에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해서 아예 휴대폰은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 로비의 직원과 돌아다니는 직원들도 나를 평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로펌 면접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는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고 한다.
건물 내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해서 얌전히 물도 안마시고 그냥 가져온 자료를 보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첫 면접에서 만났던 팀 리더가 나를 데리러왔다. 간단히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묻고 같이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로비는 1층이고 면접은 2층에서 봤는데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부터가 뭔가 인터뷰의 시작같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구두를 신고 계단을 오르려니 숨이 찼다. 그런데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서 더 헉헉대고 있었다. 2층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면접관들을 만났고, 걷느라 목이 다 말랐는데 물을 마실 틈도 없이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ㅠㅠㅠㅠㅠ
인터뷰어는 팀 리더를 포함하여 4명이었다. 백인 3명과 히스패닉 1명으로 이뤄진 면접이었다. 나는 미리 이메일을 통해서 면접관들에 대하여 알고 있었고, 링크드인으로 그들의 Bio 등 면접관들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갔다. 그렇지만 내가 그 정보를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따로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갔었기 때문에 그걸 먼저 제출했다. 면접을 하는 동시에 면접관들이 돌려가면서 포트폴리오를 봤다.
아무튼 그렇게 목이 쩍쩍 갈라지는 상태에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해서 열심히 소개를 했다. 중간에 삑사리가 나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나요.. 그냥 이어서 해야지.. 나름대로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차라리 조금 천천히 말했다.
자기소개까지는 외워간거니까 그럭저럭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폭풍질문들이었다. 면접관들이 몇 장의 양면으로 이뤄진 종이뭉치 질문지를 들고 돌아가면서 그 질문지에 있는 질문을 했고, 내 대답을 듣고 자기의 평가를 그 질문지에 적었다. 뭐라고 적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질문지가 꽤나 많았고 그걸 다 대답해야 집에 가겠구나 싶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처럼 인터뷰가 끝나고 문제를 복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영혼이 털리다보니까 생각이 그냥 사라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글을 쓰면서 차근차근 다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대부분의 질문들이 어떠한 상황을 주고 이럴때 어떻게 하겠느냐, 과거의 너의 경험에서 이러한 사례가 있었을 때 어떻게 했었는지 예시가 있느냐? 이런 류의 질문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제시하는 상황은 다들 막 극한의 상황들이고, 나는 나의 과거 경험을 다 팔아서라도 비슷하게 그 질문에 어울리는 대답을 해내야 했다.
면접을 보다보니 이 로펌은 맡는 업무 특성상 굉장히 긴장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것인지 묻는 질문에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내가 관련 경험이 있었다면 어떤 사례를 들었겠지만, 딱 그 상황에 관련된 적절한 예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내가 그 상황이면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했다.
특히 계속 반복되는 극한의 상황, 슬픈 상황, 심각한 상황,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등에 대해 계속해서 어떻게 할것인지 구체적인 예시를 대야 했는데, 기존에 내가 하던 직무들은 다 사무직이라서 이런 것들에 대한 적절한 예를 들기 어려웠다. 지금와서 생각해본다면 봉사활동을 했던 예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한다. 뭐 이것도 직무와 완전히 겹치지는 않았지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있다.
그 외에 사실 실무적인 질문이나 법률지식에 대한 질문 등은 자신있게 잘 대답했다. 차라리 이런것들 위주로 계속 물어봐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어를 하는 것도 꽤 좋게 봐주었는지 그것에 대한 질문들도 몇개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미국회사를 다녔었고, 다른 영어권 나라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점은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로펌에서는 역시 히스패닉 고객들이 압도적이어서 아마 내가 스페인어를 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물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질문을 하라고 했다. 지난번 1차면접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문들을 준비해가서 나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보여주기만 하고 성과가없없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가장 보람되는 일은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따로 제공되는 발전 기회는 어떤것들이 있는지 등 입사 예정자 새내기가 된 것 마냥 열정 뿜뿜 하는 질문들을 했다.
인터뷰어들도 내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 주셨는데, 이제와서 말하지만 사실 뭔가 직접적인 복지나 직원들의 커리어 발전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였다. 면접을 마치고 다시 포트폴리오를 돌려받았는데, 잘 했고 마음에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면접이 끝나고 팀 리더가 회사를 견학시켜주셨다. 돌아다니면서 회사 직원들과 간략히 인사도 나누고, 만약 합격한다면 일할 사무실도 둘러보았다. 고객 상담실 및 고객을 위한 다양한 맞춤 공간들도 구경했다. 아무래도 non-profit 기업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쓴 공간들이 많았고, 마음에 들었다.
다시 로비로 돌아와 인사를 하고 건물 밖을 나섰다.
면접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마시긴 좀 늦었고 차이티라떼를 마시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영혼이 살짝 털린 상태라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물도 못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나름 쥐어짜내서 대답을 잘 한것 같다고 생각했고, 밤 늦게까지 포트폴리오 만드느라 고생했지만 그것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당일엔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했고, 다음 날 다시 면접 봐줘서 고마웠다며 면접관들에게 땡큐레터를 쫙 돌렸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에 나는 면접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
맘이 너무 안좋았는데, 그럼에도 또 할일은 해야하니까 팀 리더에게 뭐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맙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다시 보면 좋겠다는 둥 이것저것 이야기를 써서 인터뷰 불합격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이로써 나의 미국와서 첫 직장 구하기 인터뷰 사이클이 마무리 되었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 나는 대강 머릿속으로 Plan A 와 Plan B를 세워뒀었다. 면접 합격 시나리오와 불합격 시나리오였다. 또 이제 불합격이 되었으니 맞춰놓은 시나리오대로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제가 이러저러해서 일을 못구해서 아마도 수업을 드랍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는 내용으로.. 그랬더니 교수님이 다른 취업 기회를 내려 주셨다. 아직 어떻게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교수님께 말씀드렸으니 답장을 기대해 보아야겠다.
이건 교수님이 나의 멘탈털림을 보시곤 해주신 말씀이다.
이러나 저러나 대체로 부정적인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 자체로 누군가 나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주고 고민해준다는 것이 그것이 그냥 교수님의 직업이라 하는 것이긴 해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정리글을 써서 마무리를 짓기까지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이 글을 포스팅하고 인터뷰 탈락 충격에서 벗어나서 다시 내 원래 루틴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쉽지 않은 경험이었고, 얻은 것도 많다. 이제는 탈탈 털고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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