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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부모님이 다녀가시면서 여행을 많이 다녀서 그 때는 가을이 되면 조금 쉬면서 기력 보충도 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막상 부모님이 다시 한국에 가시고 차례대로 남편이 먼저 개강하고 몇 주 있다가 나도 개강을 하면서 둘 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영주권자가 되고 처음으로 학교를 다니는 거라 조금 달라진 점 들이 몇가지 있다. 첫 째는 이제 한 학기당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의 제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매 학기 3과목 이상을 수강했어야 했기 때문에 따라가느라 벅찼다. 미국인 학생들처럼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과제하는 시간이 오래걸려 하루하루 학교 생활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성적은 잘받았지만) 이번학기에 처음으로 2과목만 신청해봤고, 그래도 숙제하는데 꽤 걸리지만 그 전에 비하면 훨씬 낫다. 이번 학기부터 새로 시작한 공부도 있어서 같이 병행하는게 잘 안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마음의 부담은 덜었다.
두번째로 이제 장학금 신청이 가능해졌다. 인터내셔널 학생도 장학금 신청이 된다고는 했지만 신청 해뒀던거 아무것도 안됐고, 잘 읽어보면 신청 자격도 안됐던것도 많다. 그런데 이제 영주권을 받고 나니까 FAFSA도 신청이 가능하고 로컬 장학금도 신청할 수 있는게 많아져서 이번에 몇 개 신청하게 됐다. 졸업까지 사실 몇 학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걸 해보고자 신청하게 됐다. 결과 나오려면 꽤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제 정말 레지던트로 인정받으니 좋다.
요즘 이래저래 느끼는 바가 많다. 일단 요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연락하면서 느끼는건데, 이전에도 한번 블로그에 쓴 적이 있지만 요즘들어 더 느끼고 있다. 친구들이 살고있는 삶이랑 내가 살고있는 삶이랑의 격차가 있고, 그것에 대해서 부러워하지도, 자괴감 느끼지도 말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걸 모르고 온 것도 아니고, 살고 있는 환경 자체를 바꾸어 버린것이 이민자의 삶이기 때문에 한국에 친구들은 어떻게 산다더라 하는 말들이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나는 "언제 자리잡지?" 혹은 "언제 집사지?" 등의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곤 한다.
특히 이제 나도 영주권이 나오면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세금내고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가는게 맞나 싶기도 한 순간들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그 마음을 꾹 눌러담고 가던 길을 계속 가야지 하면서 살아가는 요즘이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 한것도 없는데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새삼스레 한국에서 내 나이가 몇이었더라? 또는 이나이에는 어떤 경력을 갖췄어야하나? 싶은 쓸데없는 걱정들이 스쳐지나간다.
결국 그런 소모적인 생각들은 1도 도움될 것 없이 그저 내 마음을 쓰리게 할테니 어서 접어두고 하던 일 계속 하면서 하루하루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눈 닫고, 귀 닫고, 손 떼고 돌아나와 내가 세운 계획에 다시 집중할 때이다.
길기도 길었던 대륙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훅 차가워졌다. 아파트 수영장도 물을 다 빼버렸고, 저녁 8시 반이 지나야 넘어갔던 해는 이제 7시가 넘으면 져버린다. 아직 여름옷이 옷장에 그대로 있는데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나 싶다. 이미 이모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계획 같이 세우자며 연락을 하셨다.
이제 슬슬 마트에 가도 주황빛 호박 물결이 이는 가을 시즌이다. 계절이 변하는 시기라 그런건지 가끔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고 울적한 날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잡생각은 물리치고 정신 무장해서 오늘을 잘 살아내야겠다. 걱정으로 보내는 시간과 걱정을 하기싫어 아무 생각도 안하고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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