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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늘 2021년 오스카 시상식이 있었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좋은 성과를 이루었는데, 올해에도 가장 영예로운 상 중의 하나인 여우조연상을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수상하였다.
내가 소개할 노매드랜드는 오늘 미국에서 열렸던 2021년 오스카 어워드에서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3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다.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이렇게 3개를 수상했고,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주연 배우인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사람에 관한 영화이다.
큰 슬픔을 겪은 사람에 관한 영화이다.
미국 사람에 관한 영화이다.
주인공인 펀은 차에서 생활한다. 한국에는 차에서 사는 사람이 그리 흔한 편은 아니라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법하지만, 미국에는 차에서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차 종류도 다양한데, 소형차에서부터 럭셔리한 캠핑카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차에 사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월세비가 아까워서, 혹은 가난해서 차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고, 히피처럼 집에서 생활하는게 맞지 않아 차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직업이 그래서 트럭을 운전하며 때때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럭셔리 캠핑트럭을 몰고 전국 일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미국에 와서 그런 사람들을 처음 봤다. 차에서 생활한다는건 해외토픽감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여기선 놀랄일도 아니었다. 유튜브만 쳐봐도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안전하게 차에서 자는 장소를 공유하는 사람들, 차에서 밥먹는 방법, 화장실 가는 방법을 공유하는 사람들, 차를 입맛대로 개조해서 소개하는 사람들 등 유튜브 덕에 나는 차에서 살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련 비디오들을 봤다. 땅덩이가 넓으니 여기저기 갈곳도 많다. 어떻게 살든 남들이 뭐라고도 안하니 내맘대로 내방식대로 산다.
나는 처음에 펀이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벤에서 산다고 착각했다.
나는 영화를 통해 펀의 1년을 함께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등 이벤트가 많은 연말에 그녀는 아마존 물류창고 (아마도 시애틀이 아닐까 싶다) 에 가서 택배 작업을 하며 돈을 번다.
그 일이 끝나 또 구직 활동을 해보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친구가 제안한 차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 곳으로 터전을 옮긴다.
거기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얻어먹고, 물물교환도 하고, 차도 수리하고 하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또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일자리 정보를 얻어 데스벨리 국립공원 관리인으로 몇 달간 일한다. (남편은 이 곳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나도 다음에 가봐야지.)
그 후에 또 기간이 붕 떠버려서 잠시 레스토랑에서 알바도 한다.
10월엔 무려 내가 사는 네브라스카에 돼지감자 수확일을 하러 오기도 한다.
다시 연말에는 아마존 물류창고로 가서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수많은 짧은 인연들을 만난다. 이미 우리나라로 치면 정년이 훌쩍 넘은 노인네들이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혼자서 좁고 낡아빠진 밴에 살며 한국의 100배 크기인 미국을 잘도 돌아다닌다.
펀은 정말 독립적이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이 그렇듯. 한국에서 보던 사람들이랑 다르다. 자녀에게 의지하기는 커녕 칼같이 아득바득 혼자 산다.
주인을 잃어버린 개를 관리소에 데려다 줄 때도, 70이 넘은 친구가 혼자 알래스카에 간다고 했을 때도, 어쩌다 좋은 인연이 찾아와 그녀와 살고싶어했을 때도, 가족이 만류해도,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사실 그녀의 방황에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떠나보낸 남편에 대한 슬픔이 그녀를 정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길위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도 사연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펀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난 미국에 와서 몇몇 노인들과 친구가 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도 놀랍다.)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펀과 닮았다. 몸도 성치 않은데도 혼자서 꾸역꾸역 잘 산다. 그 사람들이 펀과 다른 점은 집에 산다는 것 하나뿐일 정도니까.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은 우연히도 모두 이혼을 했더랬다. 그덕에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나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았다. 독립적인 사람들의 독립적인 나라. 나는 독립적인 나라에 사는 의존적인 사람이다.
난 영화 내내 덜컥 겁이 났다. 이 광활한 대륙에서 정착을 못하면 어쩌지 싶었다. 만약 남편과 헤어지게 된다면 어쩌지. 이 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하면 어쩌지. 많은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영화의 현실감이 더해질수록 어떻게든 이 나라에서 자리잡고 살아야겠다는 위기감과 의지가 한데 뒤엉켜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건 어쩌면 나같은 이민자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한국에서 사람들과 붙어 지내고 끈끈하게 이어주는 것들로 인해서 어느정도 편하게 살아왔던 그물망이 이곳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익숙하던 것들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유의 가치에 대하여 나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 길고도 깊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본 미나리 후기가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myimmigrationdiary.tistory.com/50?category=84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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