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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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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하이틴 영화들은 내가 어렸을 때완 정말 다르다. 특히 여주인공의 성격이나 미국 고등학교에서의 여학생들에 대한 시각의 발전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2004년 개봉한 퀸카로 살아남는법 (Mean girls)는 지금까지도 많은 패러디가 등장할 만큼 굉장히 인기몰이를 한 영화이다. 여학생들간의 기싸움, 여자들이 여자들을 이간질하고, 예쁜 애들이 퀸카가 되고, 싸가지가 없어야 인기가 많아지는 등 하이틴 영화에서의 여자 고등학생들에 관한 클리셰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걸스 오브 막시 (Moxie)는 하이틴 영화에서 요즘 여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다.
내성적이고 학교에서 눈에 띄는걸 싫어하는 비비안(해들리 로빈슨)은 절친인 클라우디아(로렌 차이)와 그저 그런 소시민으로 학교에서 생활한다.
새로 전학온 루시(알리시아 파스쿠알)은 학교 일진이자 미식축구부 주장인 미첼(패트릭 슈워제네거)와 등교 첫 날 부터계속 부딪치게된다.
새로 전학온 루시가 안쓰러웠던 비비안은 그녀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게 된다. 그냥 미첼을 무시하고 조용히 지내면 미첼이 더이상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을 들은 루시는 잘못한건 미첼인데 자기가 왜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은 계속 자기 의견을 피력할거라고 말한다.
자신과 다른 성격의 루시와 대화하면서 비비안은 루시를 멋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엄마랑 학교에서 있었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비비안은 엄마가 옛날 학창시절에 루시와 비슷한 성향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부당한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목소리를 내는 학생이었다는 것을.
학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학생들의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 계속된다. 그러나 지금껏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갓 전학온 루시가 교장 선생님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무시당한다.
이때껏 조용하고 순종적인 학생이었던 비비안은 며칠간의 이러한 새로운 자극들에 자신도 사실은 루시처럼 이야기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그렇게 못했다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자신도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지만 차마 앞에 나가 이야기 할 순 없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다.
비비안은 집으로 가서 "막시"라는 페미니즘 잡지를 만든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성희롱 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이야기 하는 내용의 잡지이다. 그리고 몇 부를 복사해서 새벽에 몰래 일찍 등교해서 여자 화장실에 가져다 둔다.
비비안은 잡지에 "만약 이 내용에 동의한다면 그 의미로 손등에 별과 하트를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다음 날 손등에 별과 하트를 그리고 간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손을 훑어보지만, 아무도 손등에 그림이 없다. 그래서 소심한 비비안은 화장실에 가서 그걸 지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손을 닦는데 얼핏 옆 학생을 보니 손등에 별과 하트가 있었다. 비비안은 그걸 보고 또 조금의 용기를 얻어 다시 자신의 손등에 있는 별과 하트를 지우지 않는다.
루시를 중심으로 비비안은 막시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학생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비비안은 자신이 막시를 만든 것을 비밀로 하고 그들에게 섞여서 소심하지만 목소리를 낸다.
막시 덕분에 비비안과 친구들은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보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경험한다. 미첼은 막시를 프로파간다라고 칭하며 본인이 막시에게 테러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교장 선생님 역시 막시의 출처를 알 수 없다며 주동자를 수색하고, 이 과정에서 비비안과 클라우디아는 서로 다투기도 하고 보듬어주기도 하며 우정을 확인해 간다.
영화 말미에 비비안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막시를 만들었다고 모두 앞에서 이야기한다. 또한 엠마(조세핀 랭퍼드)는 자신이 미첼에게 강간당했다는 것을 폭로한다. 그로 인해서 미첼은 학생회장 당선이 무효화되고 징계를 받는다.
내가 가장 감명받은 부분은 이 영화에서 비비안의 심리 변화 묘사이다. 나도 비비안과 정말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기 때문에 비비안의 행동이 좀 더 잘 이해되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불의를 보면 속으론 못견디지만, 겉으로 드러내거나 무언가 나서서 행동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인 나는 비비안의 심리가 너무나 나와 닮아서 그녀가 겪는 생각의 변화가 나에게도 반가웠다.
그래서였는지 학교 계단에서 루시가 자기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거라 얘기했을때, 나역시도 너무나 크게 감동받았다. 부당한것을 언제나 참고, 견디기 어려워지면 항상 피해버렸던 나는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그랬던걸까 하고 생각했다. 아닌건 아닌거라고, 불편한건 불편하다고 말하는건 언제부턴가 너무 어려운 일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비비안처럼 무언가 나서서 행동할 수 있을까? 하고 되뇌이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번외로 영화 시작 초반에 Lauren Tsai 라는 캐스트를 보고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넷플릭스 쇼인 테라스 하우스 하와이편(2016) 에 나왔었기 때문이다. 테라하에서의 로렌이 그 후 모델, 배우로 활동한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작품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혼자 내적 반가움이 컸다. 테라하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성격과 패션과는 전혀 딴판인 인물의 역할이었지만, 비중있는 조연인 주인공 절친 역이 잘 어울렸다.
다만 역시 그녀도 백인+동양인 혼혈이기 때문에 여기서 맡은 역할도 중국인 이민 2세역이었다. 대사 중에 심지어 "너는 백인이라 몰라. 우리 엄마가 미국으로 이민 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등의 동양인 마이너리티 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슬프지만 미국에서의 동양인의 위치는 아직도 딱 그정도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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