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지: 6, 7주 차 내용이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비공개로 해 두었습니다.
두 달간의 인턴 생활의 마지막 주차인 8주 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원래 1월에 인턴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인턴 기간을 5월까지로 생각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인턴십 기간을 줄이고 대신 캡스톤 프로젝트를 졸업요건으로 교체하면서 원래 계획보다 인턴십을 빠르게 종료하게 되었다.
인턴 마지막날을 준비하면서 케이크와 땡큐카드를 준비했다. 사람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냥 나의 성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마지막 주에도 그 전에 계속 나에게 할당되어 있던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eviction 관련 편지들을 잠재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기존에 trial 준비를 위해 만들고 있던 바인더 작업을 계속했다.
사실 그 일들 이외에도 새로 맡은 일들이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급하게 인턴십을 종료하게 되었기 때문에 일들이 흐지부지 되었다. 이 점이 너무 아쉽다. 전에 열심히 작업하던 case brief도 있었는데 그것도 변호사님이랑 같이 리뷰 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인턴십을 하면서 미국에 이민 와서 처음으로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어 좋은 경험을 쌓았다. 미국의 회사 분위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서도 인턴십, 계약직, 정규직 등 여러 일자리들을 거쳤던지라 미국에서의 경험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아무래도 점심시간 유무인 것 같다. (밥이 제일 중요한 사람) 우리 회사 말고 같이 인턴십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어보아도 어느 로펌에서도 점심시간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그냥 일을 하다가 자기가 짬을 내어 먹는 것이 점심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다들 밥 먹는 시간이 다르고, 밥 먹는 장소도 우리 로펌의 경우 카페테리아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본인 책상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나는 이런 문화를 여러 곳에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건 처음이었던지라 (필리핀에서 일할 때도 밥시간은 있었다 😅) 특히 첫 주에는 거의 밥을 못 먹었다. 아무도 밥 먹으라고 말해주지 않고, 그냥 사방팔방에서 일은 미친 듯이 건네주니까 과감히 밥이랑 화장실 가는 시간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2주 차까지는 그렇게 지내다가 3주 차에 들어서야 나름대로 분위기 파악이 되어서 조금씩 혼자 여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봤자 밥 먹는 시간을 10~15분 정도 뺀 것이 다였긴 하지만 ㅎㅎ 그래도 그때부터 조금씩 적응을 하게 되었다.
또 내가 캐치한 것들 중 하나는 한국에서 흔하게 갖던 커피타임/담배타임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에 갔어도 한국에서는 하다못해 믹스커피라도 마시면서 담소 나누거나 간식 나눠먹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국 로펌에서 일할 때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거의 없었다.
대신 미국인 동료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스몰톡의 달인들이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수다를 떨었다. 이곳저곳들 돌아다니며 수다를 떠는 변호사도 있었고, 복도에서 만난 사람과도 수다를 많이들 떨었고, 아예 각 잡고 오피스에 찾아가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 일 관련 일로 수다가 시작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어서, 딱 봐도 introvert 하게 보이는 분들은 스몰톡을 피하시는 것도 많이 보았다. 그저 인사만 하고 자기 갈 길을 가거나, 본인 사무실에서 문을 닫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의 경우 거의 속사포같이 말이 빠른 직원들과는 아무리 얘기를 하려고 해도 언어의 한계 때문에 많은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 일 관련 이야기들은 알아듣지만, 랜덤 하게 몇 분마다 바뀌는 주제에 대해서는 그들의 문화도 전부 모르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티기타가 하면서 대화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이기 때문에 그럴 때는 미소를 짓거나 고개만 끄덕끄덕 하거나 맞장구만 치는 정도가 전부였다.
특히 1:1로 대화할 때는 어떤 사람이던지 나의 대답에 귀 기울여주기 때문에 괜찮지만, 대화가 세명 이상이 되면 바로 내가 잘 모르는 대화가 나올 때가 많기 때문에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원어민과 동화되어 모든 걸 알아듣고 대화한다는 것은 단지 영어문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울 때가 많다.
나의 경우에 로펌에서 일하면서 들었던 말은, 내 영어에서 외국인이라고 느껴지는 악센트가 거의 안 들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발음을 하거나 단순한 대화를 할 때에는 미국인들이 내 영어에서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가 심도 깊어지고, 내가 모르는 문화적 이야기를 하거나 관용구 표현을 쓸 때 내가 그것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바로 리액션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나의 언어적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 관련 미팅을 하거나, 말이 아닌 회사 채팅으로 이야기할 때 에는 대화에 큰 문제가 없지만, 그 범주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미국회사에 다닐 때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고, 나의 직업에 대한 긴장도 또한 굉장히 높았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집에서는 한국인 배우자와 한국식으로 생활을 하기도 하고, 미국의 사사로운 문화에 대해 배울 기회도 적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갭은 언제나 있을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간격이 아주 조금씩 메워질 수 있고, 이것이 나에게 큰 challenge가 된다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특히 내가 사는 주에는 한국 인구 비율이 단지 0.3% 이기 때문에 찐 미국 문화와 사람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공부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이민자의 숙명이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아하려고 한다.
이 회사의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유일한 동양인, 특히 한국인으로 일하게 돼서 나도 어느 정도는 회사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남겼다고 생각을 하고 이 도전을 잘 마친 것을 스스로 축하하려고 한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또 시작되겠지만 그것들도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다.
기대도 안 했는데 같이 일하던 변호사들 중 한 명에게 땡큐 카드를 받았다.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나에게 감명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변호사님들과 패러리걸님들 및 직원들이 좋았지만, 이렇게 나에게 또 감동을 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행복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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