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한국에서 20살에 운전면허를 땄다. 수능 끝나고 남는 시간에 친구와 같이 운전면허학원에 다니면서 속성으로 게눈 감추듯 딴 면허다. 그렇게 면허를 따 놓고 면허증은 운전 대신에 신분증으로만 사용했다.
미국에 가는 게 확정이 되고 나서 나는 10년이 지나서야 운전을 제대로 연습하게 되었다. 비행기표를 사 두고 나서 몇 달 안남은 시점에서 부랴부랴 운전 연수도 받고 아빠랑 연습도 했다.
그렇게 미국에 갓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 당시에 집도, 차도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집이 해결된 후에 차를 사야했는데, 운전면허증을 따야 신분증도 해결되고 차도 구입할 수 있기에 남편과 나는 그 당시 빌렸던 포드 포커스 렌터카를 가지고 시험장에 갔다. (미국은 자기가 가져온 차로 실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꼭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네브라스카 / 네브래스카 DMV에 가면 번호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번호표를 받으려면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편지나 택배 2개랑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가지고 가야했다. 남편은 영주권자라서 그린카드를 가져갔고, 나는 학생비자여서 여권이랑 F1 비자 서류를 가지고갔다. (그 후로도 DMV에 수시로 들락거렸는데 서류를 하나라도 빼먹고 안챙겨가서 몇 번이나 빠꾸 당한적이 많다. 꼼꼼히 챙겨가야 몸이 두 번 고생 안한다.)
어떤 주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가지고 가면 바로 미국 면허증으로 발급해 준다고 하던데 내가 사는 네브라스카 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봐야 했다. 시험은 필기시험 통과 후 실기시험이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는 필기 시험 언어를 한국어로도 지원해준다고 하던데 우리 주는 영어/에스파뇰 두 언어만 지원해줬다. 필기 시험은 미리 공부를 하고 갈 수 있다. DMV에 가면 예상문제집을 무료로 나누어주는데 그걸 보고 공부해도 되고, 온라인에서도 예상문제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로 공부를 하고 갔다.
필기시험장은 따로 있지 않았고, 그냥 DMV 사무실 구석에 칸막이 쳐져있는 단상 같은 곳에 가서 헤드셋 끼고 거기 설치된 패드로 보면 된다. 모든 문항이 객관식이고 미리 예상 문제를 보고 갔기 때문에 단타 기억력에 능한 한국인 DNA를 발휘하여 쉽게 붙을 수 있었다.
문제는 실기시험부터였다. 필기시험 본 당일에 바로 실기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온 김에 실기시험도 보기로 하고 남편이 먼저 시험을 봤다. 남편은 한국에서도 운전을 오래 했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한 번에 시험을 붙었다. 남편 말로는 실기 시험이 엄청 쉽기 때문에 나도 꼭 붙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원래도 예민하고 겁 많은 성격이라서 운전 외에 혹시 시험관이 하는 영어를 놓치면 어쩌나 아무튼 별별 걱정을 다 하면서 떨고 있었다. 시험관은 인심 좋게 생긴 백인 아주머니였다. 나는 그 아주머니께 괜히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데 영어 천천히 얘기해달라 뭐 이런 말까지 하면서 걱정 된다는 티를 팍팍 냈다. 아무튼 시험은 시작되었고, 미국에서 한 번도 운전을 안하다가 그 날 처음 도로를 달렸던 나는 시종일관 떨면서 도로주행을 했고 아주머니의 격려(?)를 받으며 시험을 끝마쳤다. 그 결과는 무참히 실패.. 그 날 내가 떨어진 이유는 너무 긴장한 탓에 속도를 아주 천천히 달렸기 때문이었다. 시험관님은 나에게 그렇게 천천히 달리면 오히려 도로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하시곤 다음에 다시 도전을 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두 번째 시험날이 다가왔다. 이미 필기시험을 붙었기 때문에 나는 실기시험만 다시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시험관은 역시 인심 좋은 백인 아저씨. 역시나 그 날도 나는 그분께 내가 외국인임을 어필(?)하며 잘 봐달라고 얘기를 했다. 그래도 첫 번째 시험의 실패 이후 나는 나름 준비를 하고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붙을 거라는 근자감이 들었다. 시험을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이번에는 나름대로 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다시 실패였다. 이번에 내가 떨어진 이유는 좌회전시에 비보호를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로 좌회전 깜박이가 없는 곳이 많은 미국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 이번 기회에 잘 배웠다고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가온 세 번째 시험날. 역시나 필기시험은 그 전에 보아 뒀기 때문에 실기 시험만 치루면 됐다. 이 날을 위해 그 전에 시험 보았던 도로를 몇 번 연습하기도 했고, 설마 또 떨어지겠나 싶게 꼭 붙으리라 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깐깐해 보이는 라티노 아주머니가 시험관이었다. 나는 앞서 두 번 처럼 시험 전에 또 밑밥을 깔았는데, 시험관님이 무시를 했다. 그 때 조금 이번 시험도 녹록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운전대를 잡고 이전에 시험 봤던 도로를 떠올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런데 왠걸.. 이번에 갑자기 정 반대 길로 가는 게 아닌가... 앞에 펼쳐진 2차선 도로가 갑자기 공사를 하면서 1차선으로 좁아졌다. 차선 변경을 하라는 시험관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옮겨도 될까요? 옮길게요 하면서 차선을 바꿨고 그 과정에서 버벅댔다. 그리고 나는 또 그렇게 시험에 떨어지게 되었다. 물론 다른 도로를 달려도 내가 잘 했더라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험이니까 지시를 받고 차선변경을 하는게 맞다 생각해서 기다렸건만 그녀는 시험이 끝나고 너가 그런 표시를 보고 혼자서 판단해서 운전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곤 쌩하니 가버렸다.
세번의 탈락.. 그렇게 나는 삼진 아웃을 당했다. 실기 시험에 세번을 떨어지게되면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사설 운전면허 학원에 가서 강습을 받고 수료증을 가지고 와서 재시험을 치루거나, 혹은 90일을 기다렸다가 모든 것이 리셋되면 보는 방법이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 떨어진 내가 화나고 괜히 시험감독관 탓도 하고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남편이랑 상의했을때 처음에는 운전면허 학원에 갈까도 생각했는데, 그 때가 네브라스카의 추운 겨울의 시작이기도 하고, 그 해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그래서 그냥 90일 이후에 다시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나는 이 때 Learner's permit을 발급받았다. 이는 학생 운전자들이 많이들 발급받는 것인데, 정식 면허증은 아니고 말그대로 운전 배우는 사람에게 운전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정식 면허랑 다른것은 이걸 발급받으면 내가 운전할 때 운전 면허를 소지한 동승자를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한다.
어찌저찌 학교를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니 90일도 어느새 지나갔다. 그 동안 학교-집을 다니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이제는 어느정도 운전 울렁증도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다시 시험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 나는 나의 필기시험 결과가 리셋된 줄 모르고 실기만 다시 치면 되는 줄 알고 당당하게 DMV에 갔다. 그러나 시험 접수를 하러 창구에 갔는데 필기를 다시 봐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미 공부를 했던 게 몇 달 전이라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기다린게 아까워서 시험을 다시 치기로 했다. 결과는 역시나 불합격.. ㅋㅋㅋ 그래서 오기가 생겨서 당장 그 다음 날에 시험을 다시 접수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바로 예상문제를 달달 외웠다.
다음 날 DMV에 도착 해서 자신있게 문제를 쫙쫙 풀어 나갔다. 결과는 합격 ㅋㅋ 그래서 드디어 다시 실기 시험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이번에는 인상 좋은 백인 아저씨가 시험 감독으로 걸렸다. 차로 향하는 동안 나는 나의 레파토리가 되어버린 외국인 어쩌구를 시전하였고, 그걸 말하자마자 아저씨는 나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이럴수가? 알고보니 시험감독님은 예전에 한국에서 근무 한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간단한 한국어로 나에게 긴장하지말고 차분히 하라고 나를 달래주기까지 하시는게 아닌가? 그 덕분에 나는 침착하게 모든 교통 법규를 준수하고 드디어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채점 하는 어플에 이미 내가 세 번이나 떨어졌던 전적이 모두 나와있었고, 그걸 보고 감독관님은 내가 침착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 주신 것이었다.
언젠가 나의 이 7전 8기 운전면허 취득 썰을 미국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한 분이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나에게 따로 다가와서 그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었고, 자랑스럽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그 이유는 미국 사람들은 운전 면허 떨어진 것에 대해 굉장히 부끄러워서 절대 입밖에 못 꺼낼 이야기인데, 나는 여러 번 떨어진 것과 결국 내가 합격한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덤덤히 이야기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이방인으로 이 나라에서 고생한것에 대해 그저 말한 것 뿐인데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은 또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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