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돈을 버는 방법도, 돈을 쓰는 방법도 한국에서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지금 F1비자를 가졌기 때문에 법적으로 학교에서 일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근로 장학생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제외하곤 일을 할 수 없다. 나의 몇몇 외국인 친구들은 사무실에서 간단한 사무 보조를 하거나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일을 하곤 했다. 나도 잠시 도전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시간은 흐지부지 지나가 버렸고,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학교를 언제 나갔는지조차 가물가물 하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온 나는 그 동안에 받은 월급으로 많은 지출을 했더랬다. 취미로 맛집을 찾아 가거나, 귀여운 것이라면 뭐든 모으곤 했었다. 블루리본이 붙은 식당을 찾아가고, 인스타에 올라온 예쁜 카페는 무조건 가서 인증샷을 찍어야했다. 홍대나 망원동 편집샵 같은 곳에 가서 문구류를 사기도 하고, 꽤나 큰 공간을 차지하는 레고나 피규어들도 모았다. 맥도날드 해피밀이나 카카오 프렌즈도 수집 목록의 일부였다.
이랬던 나의 삶은 미국 생활을 시작으로 참으로 많이 변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문화도 한참이나 다른, 미국 속에서도 찐 미국인 네브라스카의 삶은 참으로 내가 살던 곳의 그것과는 달랐다.
높아지는 앵겔지수
현재 외벌이인 우리집은 꼭 필요한 의식주, 그 중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식주에 많은 것이 맞춰졌다. 다달이 나가는 월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입은 먹는 것에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이 먹는것이라는게 우리가 한국에서의 삶처럼 어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팁문화가 정착한 나라이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부터 추가로 나갈 돈이 많아진다. 그래서 웬만한 날이 아니면 레스토랑 가서 먹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대신 하루에 한 끼는 거의 한식을 먹는 우리는 많은 식사를 외식이 아니라 집에서 해먹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나는 특별히 엄마 아빠가 안계실때 동생들이랑 이것저것 해먹는 것 외에 요리를 안하던 사람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정말 요리가 많이 늘었다. 아는 맛은 많고 많은데, 음식이 안 파니 스스로 자급자족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곳에도 한국 레스토랑이 있긴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메뉴도 한정적이다보니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직접 해 먹는 방법이 유일하게 음식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우리 동네에는 H마트가 없다. 어떨지 감이 오시는가?)
매운 닭발, 중화요리, 매운탕 등 해산물요리, 회, 돈까스, 부대찌개, 떡볶이부터 줄줄이 생각나는 분식 등등.. 열심히 조미료를 사 모으고, 요리 도구도 탐내고, 유튜브 요리 채널을 정독하면서 그렇게 자급자족의 삶이 시작되었다.
옷이 뭐죠?
한국에 살 때에는 참으로 인터넷 쇼핑으로 옷을 많이 샀다. 그 뿐만 아니라 백화점엘 가거나 지하상가를 가거나 강남역 혹은 명동에 가도 옷가게는 필수 코스로 들려 티셔츠 한 장이라도 건지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나의 소비 습관도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
우리 부부가 이 곳에 와서 옷을 산건 정말 초창기를 빼고는 굉장히 드물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싸들고 온 옷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마저도 티셔츠나 남방셔츠, 바지 등 기본적인 옷들을 빼고는 이 곳에서 입기가 조금 꺼려진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내 스스로 이 곳 사람들과 동화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옷들도 산더미였는데 미국 간다고 엄마가 바리바리 사준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들은 이곳에서 엄두가 안날 하이 패션이 되어 버렸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보자마자 누가봐도 딱 외국인임을 알 수 있는 혼자만 다른 패션. 그러다보니까 옷장 앞에 서도 그런 옷들은 점차 손이 가질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불어난 살 덕분이다. 미국 음식이 체질인건지, 아니면 활동량이 많이 줄어서인지 이곳에 오고 나서 살이 불어나 버렸다. 그래서 날씬이시절 입던 옷들이 다들 주인을 잃어버렸다. 더욱이 앞서 말한 이유까지 더해져서 내가 자주 입는 옷들은 다 펑퍼짐하거나 운동복 쫄쫄이이거나 아무튼 편한 것들 뿐이다. 활동 반경도 제한이 있어서 학교, 집, 공원에 운동하러. 대부분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쁜 옷을 입고 꾸미는 날은 손에 꼽는다.
마지막 이유는 말하기가 조금은 슬프지만 옷을 살 곳이 마땅치 않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는 나름 아울렛도 가고, 몰도 가고 했건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가도 이제는 별로 살 것이 없다. 진짜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돈도 잘 안쓰게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옷에 대해서는 돈을 안쓰게 된 것도 있다. 그리고 동네에.. 백화점도 없다. ㅋㅋㅋ 언젠가 지인에게 백화점이 입점 되었다가 망해서 나간 동네가 이 동네라는 얘기를 들었다.
뭐 그래도 멋부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도 옷은 또 가서 이것저것 입어 보는 맛이 있지 않나? 그런게 많이 사라지니 옷 살 맛이 안나는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화장품들도 기초 케어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주 사는 품목에서 제외되었다.
문구류와의 이별
이것도 복합적인 이유로 의도치않게 이곳에 와서 문구류를 끊게 되었다. 일단 문구류를 끊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서 구경할 곳이 없다. 오피스디포나 오피스맥스 같은 대형 문구 체인은 물론 원하는 오피스 문구를 구하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내가 사고싶은 것은 조금 쓸 데 없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런 것들이 아닌가. 그런 것들을 내가 사는 이 곳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다.
다운타운에 있는 '나름' 스테이셔너리 샵이라고 하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완전 서양 스타일의 물건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쓸 데 없다'는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그걸 사고싶은 구매 욕구로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가질 것이 아닌, 남들에게 선물을 하는 용도로는 꽤나 쓸만한 것들이 많아서 그동안 미국스러운 생일 카드 혹은 수첩 등을 사다가 편지는 많이 썼다.
여기 사람들은 학교에서 쓰는 문구류가 굉장히 획일적인 편이기 때문에 개강 시즌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부모님과 마트로 가서 선생님이 사오라고 하는 물건들을 구매한다. 내 기준에서는 마트에서 파는 바인더나 공책들이 그다지 예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나도 학교 다닐려고 사는 것 외에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문구류 가격이 굉장히 만만치가 않다. 앞서 말한 생일 축하 카드는 웬만한게 $5-6 이다. 공책도 뭐 몇 권 집었다 하면 10불 넘기는 건 우습다. (그래서 이마저도 마감 안좋은 $1-2 정도 하는 걸로 할인할 때를 노려 구해다 썼다. ㅠㅠ) 펜도 매장에 종류가 많지 않고, 벌크로 파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필기를 많이 하고 글씨 쓰는 걸 중요시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다.
요즘엔 또 스티커를 다시 사모으고 싶어서 하비라비나 마이클스에 가서 구경을 좀 했더랬다. 근데 왜이렇게 나의 스타일이 아닌건지.. ㅠㅠ 내 눈에 차는 것이 없어서 스티커 몇 개를 만지작 거리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도로 나와버렸다. (심지어 그런 안예쁜 것들도 비쌈)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너무 달라서 어느 때는 나 조차도 깜짝 놀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불만 가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비교하지 않는 지금의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할지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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