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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immigrationdiary.tistory.com/13
서세원의 가족은 내가 어렸을때부터 방송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셀럽가족이었으니까. 내가 어렸을때 우리 엄마도 서정희의 인테리어 책이 출간되면 꼭 사다 보셨다. 책 속에 나온 두 아이들은 항상 흰옷을 입고 깔끔히 정돈된 대저택에 살고 있었는데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엄청 많이 흐르고 나서 서정희가 이혼 후 독립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봤다. 거기서 잊고 지내던 서동주도 보았다. 옛날에도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훨씬 더 멋져보였다.
이후 내가 미국에 온 다음부터 나는 미국 관련 한국 TV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보았는데, 그래서 알게된 라라랜드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그녀를 보면서 팬이 되었다.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그녀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팔로우 했었다. 그녀의 블로그 글들을 다 정독했었는데 똑똑한 사람이 써놓은 잘 쓴 일기장을 읽는 그 기분이 좋았다. 그 후 나중에 생각이 나서 그녀의 블로그를 다시 들어가 보니 거기에 있던 글들이 사라져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녀가 블로그 글들을 모아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이었다. 책이 출판되고 나는 미국에서 한국책 구하는 방법을 몰라서 한동안 그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알라딘을 통해 책을 주문해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그녀의 화려한 약력. 웰즐리, MIT, 와튼스쿨. 그러나 그녀는 로스쿨 학력은 적지 않았다.
그녀의 상황을 아니까 그 마음도 이해는 한다. 하버드만을 원했던 그녀의 부모님 때문에 그녀는 웰즐리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100위권 밖의 로스쿨 학력은 당연히 적고싶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에 스미스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웰즐리에 못간걸 항상 부끄러워 했다. 근데 나는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내가 대학교 갈때만해도 유학은 생각도 못했는데, 나한텐 스미스같이 최고 좋은 대학교를 부끄러워하는 게 공감이 갈 리 없었다. 나는 그냥 제일 안좋은 학교라도 미국에서 학부를 나왔다고하면 부러워 할 처지였으니까.
이런걸 보면 뭐든 다들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다들 위만 바라보니까 자기보다 아래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처음 미국행이 확정되고 친한 네팔 친구랑 얘기를 나눴던 때가 기억난다. 친구는 나한테 "만약 네팔 사람들에게 미국에 갈 기회를 준다면 네팔의 모든 사람들이 다 이민을 갈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주부로 살지말고 아무 학교나 좋으니 거기서 꼭 공부를 더 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은 나의 가슴에 깊게 남았다.
나도 미국에 와서 로스쿨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사실 그녀가 나온 샌프란시스코 로스쿨도 지금의 내 LSAT 점수로는 정말 좋은 학교다. 학비나 생활비를 생각하면 지금 내가 살고있는 주가 아닌, 캘리포니아 쪽으로 로스쿨을 진학하는 것 자체도 나의 지금 상황으로는 무리다. 이런 나의 개인적 상황 때문에 그녀가 걸어온 행보는 여러가지로 나에게 참 멋있게 다가오고, 꿈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나도 많은 힘을 얻었다.
무엇을 하든 어렵지 않은 일은 없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걸음걸이를 맞추려면 그 사람들의 두 배, 세 배 이상 노력해도 모자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노력하다 보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그 발치에는 닿을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매일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은 나를 더욱 과감히 도전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된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지만, 반대로 이루지 못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서동주,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84pg.
특히 그녀의 공부인생에 대해 써놓은 부분은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GRIT 이야기, 처음 유학와서 적응했던 이야기, 로스쿨 실습이야기 등 나의 위치에서 봤을때 엄청 상위그룹에 속한 삶을 사는 그녀가 어떻게 거기에 올라갔는지 글로나마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가족에 관한 글도 책에 담았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체였지만, 솔직히 그 챕터들을 한번에 읽기는 버거웠다. 나는 사이사이 조금씩 텀을 나누어 그 부분들을 읽어내려갔다. 그녀가 너무 힘들었을것같은 부분에서는 그걸 읽는 나에게조차 그 감정이 전달되어 책을 읽으며 울기도 했다. 오랜시간 아빠에게 길들여져 수동적이었던 힘없는 엄마를 자신도 힘든 상태에서 돌봐야하는 처지였던 그녀가 안쓰럽고 대견하다.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고, 자신도 이혼이라는 힘든 선택을 겪어오면서 나는 그것들이 꼭 누군가의 인생에 안좋은 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기준에서 눈치보며 살면서 그토록 힘겹게 지켜냈던 어떤 가치라는 것들이, 그런 큰 아픔을 겪고 나서 다시 뒤돌아보면 굳이 꼭 그렇게 곪아가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지켜낼 필요는 없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아픔과 나의 아픔을 동등하게 비교할 순 없겠지만, 나도 어떤 힘들었던 일들을 처절하게 겪어낸 후 그녀와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녀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결국에는 그녀를 자유롭게, 그녀답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너나 나나 별것도 아닌 먼지 같은 존재다. -서동주,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223pg.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시끄럽게 살아 버려라. -서동주, 샌프란시스코 이방인, 225pg.
책 후반부에는 그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회사에서 뜬소문때문에 힘들어한것, 생각치도 못한 차별을 받았을 때, 무례하고 저질스러운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한 경험들. 물론 한국에서도 다 겪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빗대어 괜시리 겁도 났다.
그녀는 미국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사람이고, 영어는 물론이고 미국 문화도 익숙한 사람일텐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을 겪었는데, 미국에 온지도 얼마 안되었고, 영어도 부족한 내가 나중에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이런 비슷한 일을 겪는다면 그때엔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두렵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에게 안좋은 것들도 꾹꾹 참아버리는 나는 그녀와 한 편으로 닮았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부당한걸 참았다는 얘기를 읽을때면 괜시리 화가 났다. 실제론 내가 그상황이었어도 가만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참았을거면서, 남을 보고 답답해 한다니 나도 참 웃기는 애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사실은 가만히 있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부당한걸 부당하다고 따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외면한 나는 누가 챙겨 주는걸까. 자신이 본인 스스로도 못 지켜주면서, 부당한 사람이 떵떵거리도록 이의 제기도 안하고 나를 상처받게 만든 사람을 위해주다니. 처량하지만 내가 날 위해 살지는 않는가보다. 아니면 두려움이 너무 많던지.
미국으로 날아와 엄마 얼굴 못본지 2년 하고도 2개월차. 그녀의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 한국과 다르게 남들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때로는 힘들지라도, 이 책을 보면서 좀 더 힘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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