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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미국 남편 박사과정 와이프 F2비자 살면서 느낀점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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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시작하기 전에 나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는 남편과 한국에서 석사를 하면서 만났고, 이후에 지금 남편은 미국에서 박사과정 재학중이고 나는 F1비자로 미국 전문대에 재학중이다. 남편은 영주권자이고, 나는 아직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나의 삶은 F1비자 박사과정 남편을 둔 F2 와이프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 그저 이곳에서 나의 신분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학교를 다닌다는 것 정도가 다르다. 오늘은 박사과정 남편을 두면서 그동안 느낀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곳에서 일을 할 수도 없고, 영어가 부족하면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운전이 서툴다면 나가기도 어려운 박사 과정 와이프들의 삶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숨통 트이며 살 수 있는지 나도 써보면서 좀 더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나에게 규칙적인 생활은 꽤나 중요한 삶의 원칙이었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지 않고, 제때 끼니를 챙겨먹고 하는 하루하루의 루틴은 결혼 전 내가 30년간 해온 습관이었다. 그러나 박사과정 남편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것은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는 걸 깨닳았다.

 

요즘의 우리 남편은 새벽 6-7시쯤 잠에들고 오후 3-4시쯤 일어난다. 밤에 일을 하시는 분들과 비슷한 스케줄이다. 미국보다는 한국 시계로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밥도 불규칙적으로 먹는다. 가끔은 식사를 건너 뛰기도 하고, 혼자 출출한 새벽에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기도 한다. (밥통엔 밥이 있고 냉장고엔 반찬도 있지만 안먹는다.)

 

우리 남편이 딱히 다른 사람들보다 유별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주위에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많고, 완전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경향은 꽤나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살펴보자면 박사과정은 일단 저학년시절 코스웍을 제외하고는 딱히 정해진 일련의 반복되는 스케줄이란 것이 적다. 9 to 5로 직장에 출근을 꼭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곳도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내가 모든 박사생들을 알 수는 없으니 걸러 들으시라.) 그저 학업과 연구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 과정을 다니는 사람들은 다 각자의 패턴이 있다.

 

또하나의 이유는 그들은 생각이 너무나도 많다. 연구생각, 지도교수 생각, 퀄이나 논문에 대한 압박, 티칭에 대한 생각, 내일까지 읽어야하는 방대한 논문들에 대한 생각 등등등.. 그렇기 때문에 제시간에 누워도 걱정으로 쉽사리 잠이 안올 때도 있고, 그럴바에야 꼭두새벽에라도 일어나 한자라도 더 봐야하나 싶어 책상에 앉아보기도 한다.

 

어쩔때는 일들이 술술 풀릴때도 있지만, 그 반대의 나날들도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걱정거리가 없어야 잠도 잘 오고 아침에도 개운하게 깨는 법인데, 생각할 것들이 워낙 많으니 그런게 안되는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보니 나같은 와이프들은 그것이 어떨때는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존중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기댈 곳 없는 사람인건 나와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체비자라지만 숨만쉬고 살 순 없다

그래도 미국에 와서 지내는데 계속 집에서 지내고 남편만 보고 살 수는 없다. 일단 운전을 꼭 배우라고 하고 싶다. 미국은 차 없으면 아무데도 못간다. 남편이 뭘 하든 나도 살아야하기 때문에 겁이 나더라도 운전을 해야 한다.

 

만약에 한인이 많은 곳이면 교회도 나가고 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한인이 많이 없는 곳에 살기 때문에 미국 교회에 다닌다. 미국 교회는 주일날 밥도 안먹고 그냥 예배만 보고 각자 집에 가기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다.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잠시 안가고 있다.)

 

무료 영어 배우는 곳들을 찾아 다닐 수도 있다. 아마 어느 동네나 교회나 시민단체에서 외국인 이민자들 대상으로 영어 가르쳐 주는 곳이 있을 것이다. 가면 솔직히 실망할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적인 마인드를 버리고 그냥 이국땅에서 모든걸 새로 시작한다 생각하고 다가가면 괜찮게 보일 수도 있다.

 

뭐든 할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나는 아직 거의 아무것도 시작 못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에서 쭉 살려면 운동은 필수인 것 같다. 테니스와 골프를 하려고 생각중이다.

 

만약에 그래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좋은 시기인 것 같다. 그래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이니 말이다.

 

남편이 공부를 하는 동안 와이프도 공부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많은 주위 박사 부부들중에 남편이 먼저 박사 공부 하고 아내는 석사를 지원해서 다니는 경우도 많이 봤다. 아니면 부부가 둘 다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경우는 사실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다.) 아니면 나처럼 그냥 전문대라도 다니면서 유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미 석사가 있기도 하고, 미국에서 박사랑 다르게 석사는 돈도 많이 들고, 나만의 다른 꿈도 있기에 이 과정을 선택했고,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부부싸움은 다시생각해보자

남편이 박사 한다고 미국에 와서 가족이 같이 따라오는 경우에 사실 부부가 부딪칠 일이 많다. 나도 나오기 전에 미리 우리같은 상황을 경험하신 분들께 조언을 얻곤 했는데 교수님이건 연구원분들이건 항상 말씀하시는게 "우울증 조심해라" 와 "부부싸움 하지말라" 였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연관이 되어 있다.

 

나도 여기 와서 더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저 두 조언은 중요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부부싸움의 경우 미국은 한국이랑 다른 나라라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부의 일이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공권력이 개입될 여지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이 나서 이웃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와서 일이 커지면 내가 들은 바로 일반적으로 남자는 감옥에 가고 여자는 보호소로 간다고 한다. 정말로 한국인 부부 중에서 싸우다가 그렇게 되신 분들이 있다. 그리고 뭐 당연히 나중에 풀려나겠지만,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부부 사이가 정말 멀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도 아내도 조심해야한다는 것이다. 먼 타국에서 말도 완벽하지 않은데, 그리고 의지할 사람은 둘 뿐인데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정말 인생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조심하고 서로 가여워해줘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와 미국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결혼 해서 한국에서 사는 친구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점인데, 미국에 오고 나서부터 아주 조금씩 친구들과의 대화거리가 떨어져가는것을 몸소 느낀다. 물론 사는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오는 간극을 피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대해서 많은 비교를 하면 안된다.

 

미국에 와서 사는 삶은 한국에서 지내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겉모습에 많이 치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간간히 백화점에 들러 뭘 사던 버릇도 없어졌다. 쓸데없는 한정판에 목매는 버릇도 이제는 없다. 친구들을 만날 때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를 끌어올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생각하는 변화는 이정도이다.

 

만약 당장 한국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급하게 다이어트도 해야할 것이고, 가서 친구들 만나기 전에 머리도 다듬어야 할 것이고, 옷도 좀 사야할 것 같다.

 

또 하나, 우리는 지금 박사과정 남편과 둘이 있다. F2비자로는 일을 못하니까 나에게서 나오는 수입도 없다. 남편이 학교에서 받는 돈 몇 푼 그리고 한국에서 싸들고 온 돈이 있다면 그 정도, 혹은 친정이나 시가에서 지원받는 돈 혹은 어디 장학생으로 재단에서 받는 돈 정도로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하는 처지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지내는 친구들은 거의 맞벌이다. 한 달 월 수입이 몇 백씩 있는 사람과 0원인 사람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꾸 자신을 그들과 비교한다면 슬퍼지는 건 내 처지일 수 밖에 없다. 너무나 단순하게도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모르고 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비교 하면서 자신을 괴롭힐 이유는 없다.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참 부러운 사람일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모든게 스며들듯 한국과 조금씩 멀어져가는 상황에서 꼭 한국 마인드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새로 여기에서 현지사람들과 마주치면서 이곳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인생에서 필요한 참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도전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런데 이건 재미있는 도전이 아닐까? 한국에 두고온 가족, 친구, 지인들 당연히 그립고 보고싶지만, 여기서 얻어갈 것에 집중하는게 나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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