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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2022 땡스기빙데이 미국 일상 크래커 배럴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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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땡스기빙데이는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인데, 올해는 11월 24일이었다. 요즘의 나는 바쁜 일정이 휘몰아친 직후여서 매사에 경황이 없고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명절인 땡스기빙데이를 기다리고 준비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차피 초대를 받지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번 땡스기빙데이도 남편과 둘이 지내야 했다. 그래도 미국에서 맞는 추석 같은 명절이라 꼭 명절 음식을 챙겨 먹고 싶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땡스기빙데이에 여는 레스토랑들을 물색했다.

 

아마 한국이었더라면 명절에 외식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가게들도 많이 문을 열었을텐데, 미국, 특히 오마하 같은 중도시에서는 명절에 문을 여는 곳이 많이 없다. 특히 좋은 레스토랑들은 거의 닫는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몇몇 레스토랑들이 땡스기빙 특선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세 군데로 후보를 추렸다.

 

1. 제리코 / 2. 비컨 힐즈 / 3. 크래커 배럴

 

세군데 모두 한 번 이상 방문해본 적이 있어서 익숙한 곳이었다. 셋 중에 일단 제리코를 제외했다. 식당이 분위기가 있어서 조명이 어둑어둑하고 우리같이 2인 손님보다는 조금 더 큰 가족 위주로 받기 때문에 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까 봐 제외시켰다. 내 입맛에는 음식이 맛있는데 좀 짠 편이다.

 

나머지 두 후보 중에서 원래는 비컨 힐즈를 갈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역시 이곳은 브런치집이라서 땡스기빙 데이 식사도 브런치 시간에만 가능했다. 물론 아점으로 땡스기빙 식사를 해도 좋지만, 이날은 부득이하게도 오전에 월드컵 한국 대 우루과이 경기가 있었던 날이라 브런치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크래커 배럴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게 앞에서 남편 사진. 병아리로 가리고 올려도 된다고 허락 받았다.

작년 땡스기빙에 갔을때 꽤 오래 대기를 했었던 터라 올해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 동네는 이미 4시~5시 사이면 해가 지기 때문에 저 때가 아마 5시 반쯤이었는데도 이미 어둡다. 작년에도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올해 서버가 말하길 온라인으로 미리 순번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하지 않고 가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포장주문도 받고 있어서 그런지 바깥에 드라이브 스루 줄이 꽤나 길었다. 우리는 포장보다는 가게 안에서 먹고 싶어서 따로 포장 예약하지 않았다.

 

역시 크래커 배럴 하면 가게 앞에 자잘한 잡화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할로윈+땡스기빙+크리스마스가 한데 뒤섞여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가게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치해서 한껏 연말 분위기가 났다. 내가 올린 두 트리 말고도 다른 트리들도 또 있다. 뭔가 할인하는 품목들도 있었는데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어서 구경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누피 코너도 구경했다. 작년에 여기서 스누피 파자마를 샀었다. 올해도 뭔가 사고싶은게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품질 대비 비싼 것 같아서 사지는 않았다.


메뉴판 구경하다가 한입거리 bites 메뉴를 찍어봤다. 튀긴 피클이랑 베녜를 팔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특히 베녜는 뉴올리언스에서 유명한 음식이라 언젠가 꼭 가서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여기서도 팔고 있다니 신기해서 찍었다. 물론 시키진 않아서 맛은 평가할 수 없지만.

 

주문도 심플하게 그냥 서버가 음료 물어보면서 땡스기빙 밀 먹을거냐고 바로 물어봐서 일사천리로 식사 메뉴까지 시킬 수 있었다. 음식도 정말 금방 나왔다. 메뉴 구성은 작년이랑 비슷한 듯.

 

엄마가 옥수수빵을 좋아하는데, 이곳 옥수수빵이 맛있어서 먹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린빈이 맛있었고 터키는 가슴살이 나왔다. 스터핑은 그래도 몇 년을 먹었지만 아직도 나에겐 생소한 음식이라 따로 맛의 기준이 서질 않아서 그런가 맛있다고 하기도, 맛없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집마다 레시피가 다들 다른 것 같다.) 주면 다 먹긴 하지만 크랜베리 잼과 같이 먹는 것도 아직도 좀 해괴하게 느껴짐.. 

 

남편은 그레이비를 좋아해서 따로 추가로 주문해서 또 먹었다. 이곳은 하얗고 연두색인 그레이비를 준다.

 

다 먹어갈 때쯤 호박파이는 따로 챙겨준다. 그 자리에서 먹고 갈 수도 있고 바로 가져갈 수도 있다.


우리 양 옆으로는 모두 5인 이상의 대가족이 앉았다. 땡스기빙 메뉴를 먹지 않는 가족들도 꽤 있었다. 다들 앉아서 도란도란 가족끼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좋았다. (거의 부모님만 얘기하는 것 같긴 하지만 ㅋㅋ) 우리 부부도 나중에 자식이 태어나면 같이 나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얘기도 하면서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에 대해 상상을 했다.

 

페이는 간단하게 애플 페이로 자리에서 내고 갈 수 있어서 엄청 편했다. 대부분 레스토랑에서는 서버한테 카드 주고, 다시 받고 팁 적고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여기 레스토랑은 큐알코드로 바로 결제에 팁까지 내니까 편하다.

 

사실 매 년 땡스기빙데이에 매우 허전했는데, 올 해는 내 정신이 다른 데 가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몇 년간 단련이 되어서 그런가 쓸쓸하지 않았던 추수감사절이었다. 언젠가는 내 집 마련도 성공하고 내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친한 사람들과 보낼 날도 오겠지 하는 상상에 별로 외롭지 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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