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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일기장

2022년 2월: 미국 온지 44개월째

by my immigration diaries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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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제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블로그 글 보다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코로나에 걸려서 1월에는 그것과 관련되지 않은 일들은 별로 없었다. 매 주 코로나 검사를 했고, 미국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키트도 받았고, 친구들이랑 주로 코로나 얘기를 했고, 미국 감기약들도 종류별로 먹어보고, 집에서만 있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좀 우울하기도 했고, 뭐 이런 것들.

 

공교롭게도 올해는 2월 1일이 음력 설이라 뭔가 새해 다짐 같은 것들이 모두 2월로 미뤄진 느낌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여기는 공휴일도 아니고 그냥 보통날이라, 한국의 명절보다는 미국의 명절에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한인 교회를 나가는 것도 아니니 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 친구들에게서 오는 설 인사, 그리고 때맞춰 부모님께 전화 해야 하는 교포의 삶.

 

올해는 특히나 중국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기도 하고, 미중간의 사이가 악화되었기도 하고, 코비드나 미세먼지, 한복 논란 등으로 한국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인식도 안좋아졌다. 여기서도 루나 뉴 이어를 가끔 차이니즈 뉴 이어로 표기하는 것 때문에 한국 및 다른 음력 설을 맞는 나라들은 그 표현에 대해서 정정을 요구하곤 했다.

 

학교는 온라인으로 하는데 매주 1번 줌 클래스가 있다. 면대면으로 말하는건 훨씬 나은데 줌은 정말 미쳐버리겠다. 도무지 이런쪽으론 내성적이어서 컴퓨터 앞에 우두커니 앉아서 혼자 허공을 보면서 말하는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영어도 문제지만 한국어로 했어도 정말 극혐했을거라는걸 난 안다.

 

게다가 내용도 어렵다. 도무지 애들 말하는 속도랑 내가 그 내용을 처리하는 속도가 맞춰지지 않았다. 올해는 졸업을 할텐데 정말 이걸로 밥벌이를 해먹고 살아갈 수 있을지 애가 탄다.

 

뭐 이런저런 일들은 다 제껴두고 설을 쇤지 얼마 안되서 막내삼촌이 돌아가셨다. 미국 와서 겪은 슬픈일 베스트 3 안에 드는 큰 사건이다. 아직 고작 만 4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두 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가족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큰 슬픔이다. 다같이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했으면 좀 덜 슬펐을텐데, 혼자 멀리 떨어져서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 슬프다.

 

내가 아는 삼촌은 나 어릴적 기억이 대부분이고, 내가 성인이 되서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어서 그냥 부모님이 가끔 전해주는 안부로만 근황을 듣곤 했었다. 지난 설에 동생과 영상통화 하면서 뒤에 잠시 스쳐 지나가던 삼촌의 모습이 마지막 내가 본 삼촌이 되었다.

 

삼촌은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었지만, 그만큼 성격도 독특했는데, 주로 내가 아빠 말을 안들을 때면 아빠가 나에게 내가 삼촌의 어떤 점을 닮았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 말이 사실은 나와 삼촌 둘의 흉을 본 것이었지만, 의외로 거기서 나는 삼촌과의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내가 생각했을때에도 삼촌은 언제나 특이한 사람이었지만, 그 특별한 점 때문에 혹시 삼촌이 이렇게 세상과 일찍 작별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삼촌한테 미안하지만 삼촌처럼 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나는 내가 죽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본인이 본인의 죽음을 생각할때 그 자체로 슬플까? 오히려 슬픔을 느끼는건 타인이 바라보는 나, 혹은 내가 세상에 없을 때 다른 사람이 느낄 고통을 생각할때 나오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삼촌이 본인 스스로의 생의 마감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아마 이제는 아프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길까? 그 누구도 삼촌이 되볼수는 없으니 그냥 추측만 할 수 밖에 없다.

 

내 생활로 돌아와서, 사실 만약 가족들이 나에게 한국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라봤자 매일 보는 비슷한 풍경들, 조금씩 봄이 온다고 느껴지는 자연의 변화, 해도 해도 어려운 공부 이정도..

 

그러다 듣게된 삼촌의 죽음은 나의 일상을 깨는 사건이었고, 앞으로 내가 사는 삶은 2월 9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어떤 일들에 모두 의미를 부여할 순 없지만, 나를 포함한 삼촌을 아는 사람들에게 삼촌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좋건 나쁘건간에 각자에게 어떤 생각들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한 사람이 타인에게 주는 소중한 유산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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